"생계 아닌 삶 아닌, 꿈의 도전"
이문희 교수 기획 공연 계기 작곡·편곡 공부 결심

충청대 실용음악과 22학번 최고령 박봉기 씨가 무대공연 실기 수업에서 트럼본을 연주하고 있다.
충청대 실용음악과 22학번 최고령 박봉기 씨가 무대공연 실기 수업에서 트럼본을 연주하고 있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우리때야 먹고 살기 위해 대학도 갔고 그것을 발판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생계를 위해 살았지. 평생 음악과 함께 해온 나의 삶에 내가 원하던 작·편곡을 해보고 싶어 충청대 실용음악과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194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박봉기씨는 6·25 전쟁 피난 후 5살때 서울로 이사와 지난해 큰 딸이 사는 대전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바쁜 삶을 살았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박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는 먼 생계를 위해 살아왔다.

알고보니 박씨는 중·고등학교 때 밴드반 출신으로 트럼본 연주자였다. 여유없이 직장생활을 할때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퇴직 후 그의 선배였던 인천의 한 실버악단 지휘자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박씨는 "그 악단은 미8군 출신, 군악대 출신들로 전문 연주자들이 있는 밴드인데 학생 때 잠깐 했던 나를 멤버로 껴주니 그리 연주를 못하지는 않았나보다"며 허허 웃었다. 그렇게 2002년 다시 트럼본을 잡은 박씨는 고교 졸업 이후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하게 됐다. 악단 생활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작곡과 편곡의 매력이었다.

충청대 실용음악과 22학번 최고령 박봉기 씨가 학교 연습실에서 트럼본을 연주하고 있다./  이지효
충청대 실용음악과 22학번 최고령 박봉기 씨가 학교 연습실에서 트럼본을 연주하고 있다./ 이지효

"서울에 있을 때는 악단 생활 등에 치중하느라 공부할 새가 없었어요. 대전으로 내려온 후 공부를 해보자 결심했죠."

박씨가 그 많은 실용음악과 중 충청대 실용음악과를 택하게 된 계기는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문희 교수와의 인연이다.

"제 처가가 청주인데 청남대 인근에서 이문희 교수님이 기획한 공연을 접하고 놀랬습니다. 지방에서 하는 행사라 일상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짜임새가 있고 아주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를 결심한거죠."

운전을 안한지 20년이 넘어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 것과 컴퓨터 활용이 어렵지만 컴맹도 조금씩 벗어나고 있고 배우는 수업이 모두 재밌다는 박씨.

작곡이 전공이지만 연주 수업, 음악과 비평, 무대공연 실기 등 작곡뿐 아니라 트럼본으로 연주도 뽐내고 있다.

박씨는 "처음에는 쓸쓸하기도 했지만 장학금도 받고 다른 성인 학습자들과 일반 학생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거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학교로 와서 함께 배우면 좋겠고, 살기 위한 생활이 아닌 하고 싶은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대학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충청대는 몇년 전부터 성인재직자들을 위한 맞춤형 커리큘럼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충청대 실용음악과는 올해 1학년 정원 35명중 성인학습자가 22명이나 된다.

이문희 학과장은 "2학년 과정을 마친 성인재직자들은 전공심화 과정을 지원해 4년제 과정도 이수할 수 있으며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다"며 "인재직자들은 현장과 다양한 사회 경험으로 수업의 학습 이해도가 상당히 높으며, 학습 참여도와 열정이 현역 학생들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 학과장은 "매년 3~4명의 성인재직자들이 입학하고 있는데 성인재직자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로 앞으로 좀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음악에 관심 있는 더 많은 성인재직자들의 도전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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