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사 전경
세종시청사 전경

최근 세종시에서 넉달새 3명의 공무원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공직사회 안팎에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 행정 구조로 운영되다보니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업무 가중에 따른 이유도 있고, 말못할 개인적인 사정을 견디지 못해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공직을 박차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면 애석한 마음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하물며 유족의 심정은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어렵다는 게 공직 안팎의 중론이다. 세종시가 뒤늦게나마 이 같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단의 칼을 뺐다고 하니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외로움 전담관제' 등 조직문화 혁신계획을 수립해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러한 계획이 '땜질식 처방'에 그치거나, 침체된 공직사회를 달래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구청이 없는 단층제로 운영되는 세종시 공직자의 과중한 업무 부하를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설익은 정책으로는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은 빈약한 계획으로는 뿌리 깊은 조직문화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오죽하면 영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공직자들의 우울감과 상실감을 치유해주기 이해 '고독부'를 신설하거나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해 공직사회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고, 보다 활발한 조직문화를 도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겠는가. 무엇보다 공직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업무 강도 및 근무행태는 없는지 면밀히 따져 더 이상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 인구가 출범 10년만에 4배 가량 증가했지만, 단층제로 인한 폐해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단층제의 가장 큰 가치인 능률성이 발현되지 못하고, 읍·면·동별 위임사무나 장기 휴직자에 따른 인력 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본청 업무가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면 그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당초 세종시가 '세종시법'에 따라 단층제를 명시해 출범한 만큼, 법률 개정이 없으면 단층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직사회의 쇄신을 위해 '세종시 조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직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일하기 좋은, 행복한 세종'을 만들기 위한 이런저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 그 또한 임시변통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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