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정원 길 걸으며 힐링… 불곰 애교에 저절로 웃음

베어트리파크 전경 /나인문
베어트리파크 전경 /나인문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베어트리파크 등 한평생 동·식물을 가꾸며 오랜기간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온 사설 동·식물원이 직격탄을 맞고 3년여를 고전해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국·도비와 시·군비 등을 지원받는 국립수목원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식물원과 달리, 사육사와 정원사의 인건비에 사료비, 관리비 등 엄청난 유지비용을 입장료 등에 의존하는 사설 동·식물원으로서는 그야말로 고통 속에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렇다고 사육사나 정원사를 줄일 수도 없고, 동물들의 먹이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절골지통(折骨之痛)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최근들어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등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유치원, 초·중·고생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이 눈에띄게 늘고 있어 암흑과도 같았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동·식물원 운영진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오랜 동면을 깨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베어트리파크에서 코로나로 인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시계추를 되돌려본다. /편집자

 

세종시 전동면 신송로 217에 위치한 베어트리파크. 이재연 설립자가 반백년 동안 키워온 화초와 향나무는 늠름한 아름드리가 됐고, 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10여 마리 곰은 현재 100여 마리로 늘어났다. 사진은 불곰들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나인문 
세종시 전동면 신송로 217에 위치한 베어트리파크. 이재연 설립자가 반백년 동안 키워온 화초와 향나무는 늠름한 아름드리가 됐고, 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10여 마리 곰은 현재 100여 마리로 늘어났다. 사진은 불곰들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나인문 


세종시 전동면 신송로 217에 위치한 베어트리파크는 여타 동물원이나 식물원, 수목원과 달리 '동·식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쉼터'로 오랫동안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설립자인 송파(松波) 이재연 설립자가 직장을 다니던 젊은 시절부터 50여년 동안 주말마다 틈틈히 수목을 가꾸고 화초를 길러낸 비밀의 정원이 2009년 5월 11일 개장과 함께 속살을 드러내면서 부터다.

정문을 지나면 10만 여 평의 숲과 정원에 100여 마리의 반달곰과 불곰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비단잉어가 오색연못을 화려하게 물들이며 유영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종 수목과 꽃, 분재 등 1천여 종, 40만여 그루의 초목류와 조경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이재연 설립자가 반백년동안 하나하나 소중하게 키워온 화초와 향나무는 어느덧 늠름한 아름드리가 됐고,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10여 마리의 곰은 현재 100여 마리로 늘어났다.

 

동·식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쉼터

녹음의 휴식과 교육적인 식물체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베어트리파크는 동물원과 식물원, 정원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어른과 아이 모두 자연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사계절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문화 활동인 야외 조각전시, 사육사와 함께하는 어린이 체험 등 남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분재원 연못 /나인문
분재원 연못 /나인문

정원을 거닐다가 수백 마리 비단잉어가 생동감 넘치게 춤을 추며 환영인사를 건네는 '오색연못'을 지나 '베어트리정원'에 이르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온갖 꽃과 통나무폭포가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관을 선물한다.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이 주는 당근을 받아먹기 위해 온갖 애교를 부리며 먹이를 보채는 반달곰과 불곰 100여 마리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동화를 토대로 꾸민 '곰 조각공원'은 동물원의 실제 반달곰과 조각으로 의인화된 곰의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비교하며 감상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사시사철 푸르른 수백그루의 향나무와 주목, 소나무가 수목원 전체를 두르고 있고, 최근에 개장한 '식물원 쉼터'는 관엽식물과 꽃들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곳곳이 모두 포토존이다. 송백분재·화목분재 등 하나하나가 걸작품인 '분재원'은 물론, 복층으로 건립한 '만경비원'에서는 신비한 암석원과 열대조경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담아내고 있어 비경 속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다. 재질이 워낙 단단해 죽은 후에도 조경수로 쓰인다는 수령 800년의 인도네시아산 용근목(龍根木)의 자태도 압권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

손가락 모양의 조각 /나인문
손가락 모양의 조각 /나인문

베어트리파크 정원은 셔터를 누르는 곳이 그 어디가 됐든 달력을 장식했던 풍경화를 떠올릴 정도로 아름다워 드라마 제작진들이 촬영명소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이프린세스', '시티헌터', '다섯손가락', '상어', '로봇이 아니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뷰티인사이드', '왜그래 풍상씨'와 지난 7월 종영한 tvN 16부작 '이브' 등 여러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왔다. 전망대에 오르면 10만 평의 베어트리파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설립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수목을 가꾸기 위해 타고 다녔던 당시로서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 석대가 전시돼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생각하는 사람 /나인문
생각하는 사람 /나인문

특히 '신의 손'이라 불리는 현대조각의 아버지 '로댕'의 대표작인 동시에 현대조각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생각하는 사람' 진품을 만날 수 있다. 복제품이 아니라 전세계에 25점 뿐인 에디션 중 15번째 작품으로 찌푸린 인상과 온몸의 근육을 통해 시인 단테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전국 어디서든 반나절이면 당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경부선 조치원역과 전의역, KTX 오송역 등 기차역과 가깝고,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된 1번 국도변에 위치해 전국 어디서든 찾아오기 좋은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승용차 이용객들은 경부고속도로 천안 IC를 지나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타고 남풍세IC에서 빠져나온 다음, 조치원·대전 방향 1번 국도를 타고 10분(12㎞)가량 달리면 베어트리파크에 다다를 수 있다.

이효철 베어트리파크 이사는 "나무 둥지가 굵어지고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동안 숲도 커지고, 돌봐야 할 동물가족이 늘어나면서 세월과 자연의 힘, 인간의 애정이 더해져 아름다운 동·식물원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며 "아름드리 향나무와 수백 년 된 느티나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가 베어트리파크의 역사와 정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재연 설립자는 "젊은 시절부터 주말이면 수목원을 찾아 '일구는 즐거움'으로 가꾸기 시작한 이곳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풍요로운 터전이 됐다"며 "돌아보면, 제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 한 일이 '씨 뿌리고 가꾼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한 그루씩 심었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한 두 마리 놓아기르던 반달곰과 비단잉어는 일가를 이뤘다"며 "세월의 두께가 쌓이고 정성이 베인 베어트리파크는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움을 주고,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학습의 장이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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