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지난주 주말농장에서 고구마를 캤다.

봄에 비닐멀칭을 하고 고구마를 심었기에 순만 무성할 뿐 다행히 잡초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고구마 수확은 저조했다. 고구마줄기 하나에 기껏해야 두 세 개의 고구마가 달려 있을 뿐이었다.

작년에는 고구마 수확이 쏠쏠했기에 잔뜩 기대했던 터라 적잖이 실망했다. 인근의 농장주의 밭도 마찬가지였다.

농장주는 올해 봄 가뭄과 여름 집중호우가 고구마 생육에 악조건이 됐다고 연신 푸념했다. 필자야 소일거리로 하는 주말농장이지만 대규모로 고구마 농사를 지은 사람들에겐 하늘이 더욱 야속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또 다른데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둑에 씌웠던 멀칭비닐 수거가 문제였다. 고구마를 캐면서 여기 저기 찢겨져 날아가고 땅속에 파묻히기까지 한 비닐을 일일이 찾아내야 했다. 고구마 캐는 일 보다 폐비닐 수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말 다했다.

실제 우리 농업 현장에서 영농폐비닐 수거에 엄청난 노동력이 낭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농작물 재배 토양에 덮는 멀칭필름을 친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한 예로 강원도 영월 작은 농촌마을의 한반도농협에서는 농업인들에게 친환경 생분해 멀칭필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농업인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영월군과 공동으로 지자체 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폐비닐수거에 노동력을 아낄 수 있고 토양오염도 예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문제는 돈이다. 아무래도 친환경 제품이다 보니 기존 필름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SG경영이 트렌드인 시대, 우리 농업도 이제 친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생분해 멀칭필름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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