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폭행 피해 선택한 마지막 탈출시도
청주지법 범행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징역 7년 선고

청주지방법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지방법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지난 4월 24일 오전 4시 41분께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 10층에서 한 청년이 추락해 숨진 사건은 여러 의문을 남겼다. 이 아파트 9층에는 A(27)씨가 웃옷을 벗은 채 앉아있었고, 사망한 B(26)씨의 몸에는 구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께 B씨의 집을 찾았다. 1시간여 전 전화로 말다툼을 한 것을 따져 묻기 위함이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이들은 소년체전 당시 일화로 언쟁을 벌였다. B씨가 "형이 그때 져달라고 한 것 아니냐"고 하자 A씨는 "살살해 달라는 거였지, 져달라는 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던 중 자존심이 상한 A씨는 B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B씨는 '형 그만해, 미안해'라고 말했지만 폭행은 지속됐다. 함께 있던 B씨 여자친구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는 아파트 계단으로 피신했지만, 뒤따라온 A씨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A씨의 폭행은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장시간 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는 아파트 10층 계단참(층과 층 사이 공간)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A씨는 여자친구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했다.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130㎝ 높이의 계단참 창문은 피해자인 B씨가 스스로 넘어 뛰어내렸기 때문에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창문으로의 추락으로 통해서라도 A씨의 폭행을 피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청주지법 형사22부 윤중렬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가 이러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일한 목격자인 B씨 여자친구의 증언과 그가 촬영한 동영상 덕분이다. 동영상에는 A씨의 잔혹한 폭행장면이 상세히 녹화됐다. 또 도망치는 B씨를 뒤쫓는 모습도 담겼다. 계단은 A씨에 의해 막혀있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신도 불가한 상황에서 B씨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창문뿐이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스스로 130㎝ 높이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경험칙에 비춰 봤을 때 상정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여자친구와 유족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나 피해회복도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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