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男 주로 발생…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지원 핵심

지난달 20일 청주시 서원구 청주복지재단에서 '고독사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대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명년
지난달 20일 청주시 서원구 청주복지재단에서 '고독사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대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아무도 모른 채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고독사'라고 부른다. 고독사는 극한의 고독 속에서 홀로 쓸쓸히 맞이한 죽음을 뜻한다. 이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내가 사는 동네, 옆집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충청권 고독사 현황을 진단해 보고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청주복지재단은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과 김보배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김용현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연구위원을 초청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현재 고독사 현황은 어떠한가?

▷고숙자 : 실질적으로 고독사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다. 법률상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시신이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이후에 발견된 죽음이다. 그러니까 외롭게 사망하셔서 발견된 죽음이라고 정의돼 있어 이것을 추론해내기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다.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김명년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김명년

보통 신문 기사 등 언론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로 대체해서 (고독사를) 많이 사용을 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에 관련된 수치를 봤더니 2020년도에 2천 947건이었다. 무연고 사망이 연차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데 연령대나 성별로 보면 남성의 40·50·60대 중장년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볼 수가 있다. 단순히 대리 지표이긴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의 고독사를 나타낼 수 있는 현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중장년층 남성에 대한 이러한 사회 병리적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김용현 : 충남도의 고독사 현황을 모니터링 해봤더니 고독사 관련한 담당 공무원이 한명도 없고 독거노인 관련 일부 업무와 데이터만 관리하고 있었다. 고독사는 중장년, 특히 남성 50대에게 정말로 큰 이슈인데 지자체 차원에서는 아직 문제의식이 심각하지 않다. 아직 충청권에서 이렇다 할만한 고독사 자료가 없다. 아까 고독사의 개념도 말씀하셨는데 자살이랑 거의 동일시하는 분도있고 아직도 정의라든지 인식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보배 : 청주만 해도 고독사에 대한 데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충북도 2021년 12월까지 약 120명 정도를 무연고 사망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1인 가구 통계도 충북 도내로 보면 약 한 35~40% 정도에 육박한다. 청주시도 장년층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했었는데 1인 가구로서 가장 어려움을 갖고 있던 부분은 생계 부분으로 근로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신체나 정신 건강 문제도 있었다. 청주시는 만 50세에서 64세, 노인이 되기 전 단계인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많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고 여기에 맞는 복지 지원을 마련하는 게 대담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독사 예방과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까?

▷김보배 : 고독사 현황이라든지 데이터를 구축하려고 나름 기반을 가지는 연구들은 많이 있지만 고독사와 관련된 예방이나 관리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주민들을 조직화해서 사회적 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게 가장 큰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저희는 가족이나 이웃, 친구 또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거나 홀로 사시는 분들을 찾아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고숙자 : 이웃 살핌이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체계적인 지원이 약한 부분이 있다. 수급자는 그나마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수급자가 아니면서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다든지 아니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든지 갑자기 긴급 복지가 필요한데 그걸 요청하지 않는다든지 문제가 있는 제도권 밖의 분들을 발굴해내는 과정들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그 분들을 어떻게 체계화해서 지원을 해줘야 될 것인지에 대한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이다. 발굴한 다음부터 제도권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연구위원 /김명년
김용현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연구위원 /김명년

▷김용현 : IT기술을 활용한다든지 지역사회복지협의체라든지 사회복지비 지원이라든지 사회복지 인력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것 같다. 아니면 고독사 타겟 융화 추진단을 만드는 방안도 있을 것 같고 홍보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청년이나 노인은 제도권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지원이 있는데 어정쩡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없다. 제도권에 흡수가 되지 않는 50대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사회복지기관, 개인 차원에서 고독사 예방 관리 대응은 어떻게 해야 될까?

▷고숙자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독사 예방 교육이나 홍보가 필요하다. 그 다음에 지자체에서는 발굴체계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일 것 같다. 전문가들이나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아이디어를 좀 모아서 지원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변화시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보배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김명년
김보배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김명년

▷김보배 : 주거 지역 취약 계층이나 중장년 남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발굴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사회 보험료가 6개월 이상 체납되신 분들이라든지 아니면 전기가 차단되거나 수도가 차단되신 분들, 그리고 주민등록 말소자 중심으로 먼저 스캐닝 하는 작업이 굉장히 유용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용현 :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장 시급한 게 실태 조사다. 또한 신청주의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개인 정보 보호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 역사회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고독사위험 가구를 발굴하는 것이다.

 

고독사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 지금까지 말씀하신 부분 말고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김보배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김명년
김보배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김명년

▷김보배 : 고독사 없는 행복한 청주시 구현을 위해서 사회 전반 영역에서 전문가를 비롯한 지자체나 공공기관, 민간기관, 지역 주민 모두가 이 예방 사업에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며 살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용현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연구위원 /김명년
김용현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연구위원 /김명년


▷김용현 : 프랑스에서는 지역사회를 알아가고, 익명으로 벽을 깨자는 취지의 모임이 인상 깊었다. 거기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들이라든지 홀로 된 분들을 모아 식사를 제공하는 제도가 있더라. 그런 것도 한국사회에서 벤치마킹 할 사례일 것 같다. 현대인들은 고민이 많은데 파리 같은 경우에는 불특정 지역에서 박스 공간 같은 상담소를 차려서 상담을 해주는 제도가 있다. 고독사 문제가 심각한 문제이기는 한데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전문가나 일선 실무자 외에는 심각성을 모른다.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고독사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김명년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김명년


▷고숙자 : 고독사 관련 조례가 없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지만 유명무실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사업을 하고 홍보를 하고 사회적 문제로 같이 인식을 하고 공유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예산이나 인력 문제다. 이런 것들을 서포트 해주며 조례가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중앙은 중앙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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