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표규 천안동남경찰서 대테러 자문위원·단국대학교 해병대군사학과 교수

요즘 대중매체에서 거론되고 있는 주요 사안들을 보면,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사회·국방 등 어느 한 분야도 우리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 '사이다' 같은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민에게 조직의 신뢰를 안겨 준 한 시범에 학생들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천안동남경찰서가 주관하여 지난 2022년 9월 29일 천안정수장에서 실시한 '유관기관 합동 대테러·재난 대응훈련'이다. 필자는 올해부터 천안동남경찰서 「대테러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담당 경찰관들과 함께 신세계 백화점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 태세 점검에도 참여하면서,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미래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위협에 대응하여 준비하는 경찰의 참모습을 보아왔고, 특히 이번 시범을 본 후에는 국민의 든든한 지킴이로서 한층 신뢰하게 되어, 현장의 모습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들을 기고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범은 필자가 해병대 소위로 군 생활을 시작한 80년대 말에는 정말 모든 교육을 시범으로 하는 것처럼 유행했었다. 그러나 그 준비 및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실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나의 시범을 준비하고 시행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상급자, 관계기관 기관장 등을 모시고 하는 시범은 은연중에 기관, 담당자 간 경쟁을 초래하여,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나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시범에는 천안동남경찰서뿐만 아니라 충남경찰청, 천안시, 관련 군부대, 소방서, 환경청 등 총 9개 기관 100여명이 참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합동성을 구현해 냄으로써, 그 준비과정을 담당한 관계자들의 노력과 헌신이 돋보였다.

하지만, 대테러 시범을 보면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예를 들면 드론을 통해 위험 물질이 투하되는 상황은 충분히 예견되는 만큼 모든 국가중요시설에는 드론 탐지 및 접근 시 항로를 방해 및 타격할 수 있는 레이다와 타격 시설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테러범들이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에서 군과 경찰이 조기에 차단선을 점령하여 도주로를 차단한 점, 테러범들의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직접 타격하는 시연 등에서는 평소 훈련한 대로 대응하는 그들의 준비 태세가 느껴져 든든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표규 천안동남경찰서 대테러 자문위원·단국대학교 해병대군사학과 교수
이표규 천안동남경찰서 대테러 자문위원·단국대학교 해병대군사학과 교수

현시대 들어, 국가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수단은 적 군사력의 직접적인 침공보다도, 테러, 마약, 재해재난, 인권유린 등 초국가적 위협이 빈도나 발생 가능성 측면에서 현저히 증가함으로써, 이러한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문제가 국민의 생존과 안정된 생활 보장 측면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드론을 이용한 독가스 살포,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에 따른 진화·구조·구급 상황, 인질·폭발물 테러 등에 대응한 상황 전개는 현 사회가 지닌 위협을 고려 시 가장 필요한 훈련 및 시범이었고, 이는 직접 참가한 기관관계자뿐만 아니라 참관한 시민들에게는 든든한 믿음을, 경찰, 군 장교를 지망하는 100여명의 학생들에게는 미래 환경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할 기회를 주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짧은 시범이었지만, 이를 완벽하게 준비한 관계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욱 신뢰받는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굳건히 우뚝 서 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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