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흥덕구청 내에 조성된 '도담다담'. /중부매일DB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흥덕구청 내에 조성된 '도담다담'. /중부매일DB 

청주시 흥덕구청 내 서가형 공간 '도담다담'이 복합공간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한지 1년여만에 전시행정 사례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행정기관 내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건립됐지만 일부 책은 손이 닿지 않아 유명무실한 공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흥덕구청 내 4~6층 공간 '도담다담'은 구청직원들과 민원인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다. 개청 당시 지역에서 기부 받은 책 6천여권이 비치돼 있어 기존 행정기관에서 볼 수 없는 열린공간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건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2021 공공부문 공간혁신 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건물이라는 점이다. 당시 흥덕구청장은 "변화하는 시대 트렌드에 맞춰 구청사 기능을 재정립하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행정청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여만에 서가는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을 달게 됐다.

문제는 간단했다. 3개층을 통합해 만들다보니 총 7.5m 높이에 달하는 곳에 위치한 일부 책들이 손이 닿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놓고 왜 책을 꺼낼 수 없는 위치에 비치한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시민은 차라리 유명작가의 그림을 걸어놓는 게 낫다고도 꼬집기도 했다.

흥덕구청 관계자는 "인기없는 도서 위주로 배치를 했고, 사다리를 이용할 시 계단식 공간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마련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모형책으로 대체하겠다'고 답변해 뭇매를 자처하고 있다. 모형책 구입 예산으로만 500~6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가배치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을 꼽을 수 있다. 총면적 2천800㎡에 2개 층으로 들어선 무료 도서관으로 서가높이는 13m로 5만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단, 공공기관이 아닌 상업시설이 공공의 기능을 대체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흥덕구청 서가의 문제는 한마디로 혁신의 인테리어에만 치중했다는 데 있다. 엄연히 시민들의 세금이 투입된 공적기능 공간은 민원인 편의 도모가 우선이다. 행정의 효율성과 예산절감을 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또한 비치된 책 6천여권은 지역에서 기부를 통해 마련된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기도 하다. 인기없는 도서를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배치했다는 해명은 기부손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눈길이 가지 않는 책은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효과가 미미한 공간채우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런 불편함은 설계단계에서 충분히 예측됐고 예견된 일이다.

흥덕구청측은 모형책으로 공간을 때울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시민들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열린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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