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편한 길이라도 연못 둘레길 쪽으로는 안 가. 거기 가면 남 욕하기 대회하는 거 같다니까.왜 그렇게 남의 말들을 많이 하는지.조금 멀어도 아랫동네로 내려가서 그 동네 사람들하고 어울려 놀다가 운동도 하고 그러지.별말 안 해도 마음 편하고 즐거워.유독 말을 예쁘게 하는 동생이 거기 있어.내가 뭐만 해도 깔깔 웃어주고 언니는 코미디언 같다고 기분 좋게 해주는 거야. 그러니 나도 마음이 행복하고 어느새 그 동생을 닮아가더라고. 전과 다르게 남편한테도 말이 부드럽게 나오더라니까.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필자가 아는 마을 리더분의 얘기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 해주는 두 가지 말이 있다고 한다.첫 번째는 네가 말하는 시간의 두 배만큼 친구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이고,두 번째는 어떤 경우에도 친구 험담을 하지 말아라는 것이다. 험담은 인간관계를 파괴해 공동체 사슬마저 끊어 놓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이를 극도로 경계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친근한 방송인 신동엽 씨도 다른 사람 험담을 하면 다시 되돌아오더라. 어렸을 때 깨달은 후로는 절대 안 한다. 어떤 사람이 와서 누가 너 욕하더라고 하면 말을 전달하는 사람마저도 멀리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한 행사장에서 내빈으로 참석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축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리 길지 않은 축사를 낭독하는데, 말에 품격이 느껴졌다.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도 따뜻함과 감성이 담겨 있었다. 어떤 대목에서는 가슴 뭉클함도 느낄 수 있었고, 중복되게 강조하는 키워드는 배려와 존중, 행복이라는 긍정의 언어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사실 필자는 정치인들의 언어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을 들으니 마음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전직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강원국 교수가 펴낸 어른답게 말합니다.책에는 ‘말이 되는 삶, 삶이 되는 말’ 등 73가지 말공부 수업을 담고 있다. 저자는 '말이란 나다움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가장 어른다운 무기이다. 나이 든다고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않듯, 말 또한 제 나이에 걸맞게 끊임없이 가꾸고 새롭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번 기고에서도 언급했듯이 살아온 햇수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광야 같은 세월을 견뎌 내며 체득한 삶의 지혜와 성숙함으로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노태영 작가
노태영 작가

남을 세워주는 말과 존중의 언어로 칭찬하며 감사의 표현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 습관적으로 험담을 하고 부정의 언어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면 일정 부분 거리 두기도 필요하다.

끝으로 세상에는 말이 칼이 된다는 것을, 그 칼이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강원국 저자의 말을 되새기며, 말의 힘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높이기 위한 말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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