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어느 누군가가 "인간관계는 유리잔과 같다"라고 했다. 인간관계와 유리잔은 멀리서 보면 예쁘고 아름답지만, 가까울수록 조심스러워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고흐가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물건을 포장하는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사람의 가슴에는 포장용 천으로 사용했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는데 바로 천에 새겨진 글자 때문이었다. 'Breakable(잘 깨짐)' 그 문구를 보며 고흐는 자신의 무릎을 쳤다. "아하! 사람은 깨지기 쉬운 존재로구나!"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앞을 지나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다시 보았는데, 그의 등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Be Careful(취급 주의)' 고흐는 등에 새겨진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무릎을 쳤다. "맞아, 사람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거야!"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잘 깨지는 것은 유리잔이다. 깨진 유리잔에 함부로 손을 내밀다가는 상처가 쉽게 나듯이 멀어진 관계를 이어보기 위해 손을 내밀면 상처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리잔은 한번 깨져버리면 끝이다. 한번 깨져버린 유리잔을 다시 붙일 순 없다. 접착제로 다시 유리잔을 붙인다고 한들 그 유리잔은 온전한 형태의 유리잔이 아니다.

유리는 쉽게 깨지고 깨지면 못쓰게 되고 깨진 조각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그러나 이 유리보다 더 약한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조그마한 충격에도 유리가 깨어져 버리듯 서운한 말 한마디에 관계가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관계가 원활하고 소통이 잘 될 때는 정말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조금만 잘못 마음을 다치는 문제가 생길 땐 금방 금이 가버리고 만다. 유리잔이야 금이 가면 아까워도 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의 관계란 그 사람과 아름답게 사귄 시간이 모두다 역사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하여 미련이 남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 그래서 오래되고 친한 사이일수록 조심조심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서로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문제는 대부분 깨진 관계로 인해 생기는 것들이다. 개인적인 문제도, 사회적인 문제도 관계 형성의 실패로 인해 생겨난다. 관계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뜨거운 관심 속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아름다운 관계는 관심과 배려에 의해 만들어지고, 부드러운 관계는 부드러운 미소를 통해 만들어지며, 좋은 관계는 좋은 것들이 투자되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 같은 날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자신과 조금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지인이나, 동료가 있다면 먼저 손 내밀어 보자. 혹여 나로 인해 아파할 사람을 위해서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여 보자. 세상이 밝게 보일 것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아름다운 관계는 사랑과 이해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부드러운 관계는 신뢰와 관심, 그리고 배려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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