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기홍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수요일 저녁 퇴근 시간, 교차로 우회전에서 횡단보도 신호등 아래 서 있는 보행자를 보고 일시정지를 했다. 건널 듯 건너지 않는 보행자를 기다리는 나를 향한 뒤차의 감정 어린 경적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교차로에서 차를 몰고 우회전할 경우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는 보행자가 있으면 일단 멈춰서야 하는 이른바 '우회전 일시정지' 법이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2일 시행됐다.

개정법의 시행으로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통행할 때는 물론 건너려고만 해도 일단 멈춰서야 하며 보행자가 없을 때만 서행해 이동할 수 있다.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계도기간 3개월(7월 12일~10월 11일) 중 우회전 교통사고는 3천386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4천478건) 대비 24.4% 감소했고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40명에서 22명으로 45% 줄었다고 하니 법 개정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정법으로 인해 운전자는 보행자가 머뭇거리며 건너지 않는 경우 상대의 의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출퇴근 등 혼잡 시간대에는 해당 사유로 인한 교통 체증 심화는 물론이고 보행자가 없다고 생각한 뒤차들의 원망은오롯이 제일 앞에 일시정지한 운전자의 몫이 됐다.

또 보행자가 길을 건널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우회전한 운전자는 교통사고와 교통법규 위반이라는 잠재적인 두 가지 위험에 놓이게 되니 섣불리 지나갈 수도 없다.

이러한 모호한 상황에서 보행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그냥 길을 건너는 경우 운전자 34%만이 일시정지했지만 보행자가 길을 건너겠다는 의미로 손을 올리자 운전자 90%가 일시정지했다고 한다.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방법, 손짓이 무려 56%p의 일시정지율 증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기홍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김기홍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어린 시절, 운전자와 아들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꼭 손을 들고 건너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생각나는 날이다.

일시정지한 운전자와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는 보행자, 서로를 위한 양보와 배려로 더욱 안전한 교통문화가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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