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희득 서산 당진 태안 부국장

얼마 전 부석초등학교 100주년 기념 행사가 모교 운동장에서 열려 오랜만에 선·후배, 친구들과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다.

그러다 현재 전교 재학생이 겨우 70여명을 웃도다는 이야기가 나와 격세지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 학년에 240여명, 전교생은 1천400명에 가까웠던 재학생이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농어촌 인구 유출과 저출산 문제가 뉴스를 장식한 지도 수십 년이 지났고, 기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십수 년이 지났기 때문에 70여명의 후배들이 남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인 인구 자연 감소에 접어들었고 이 같은 인구 쇼크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소멸' 위기에 처한 시·군·구는 113곳이다.

소멸 위험지역은 저출산, 고령화 지역으로 인구 유입 등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약 30년 뒤에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점점 쇠퇴하고 인구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은 소멸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고향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기도 한 113곳의 소멸을 막을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 등 거주지 이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주민 복리에 사용하고 기부자는 세제 혜택과 답례품을 제공받는 제도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기부금이 운용되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농축산물 중심의 답례품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농업인과 유관 기관의 노력도 필수다.

이희득 서산 당진 태안 부국장
이희득 서산 당진 태안 부국장

중요한 것은 답례품 중심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한다. 지치고 고된 도시에서의 생활을 위로받을 수 있는 정겨운 곳. 그런 고향이 어쩌면 30년, 이르면 10년 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고향에 대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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