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김장 시즌이 다가왔지만 주부들의 걱정이 태산이다.고금리와 고물가로 가계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난 여름 잦은 폭우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배춧값까지 포기당 1만원을 넘어서자 김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다행히 10월 중순 준고랭지 배추 공급 물량 증가로 배춧값이 하락세로 돌아서 김장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김장은 입동 무렵 겨울을 나는 필수 먹거리인 김치를 담그는 세시풍속이다.소금을 활용한 발효 과학의 결정체인 김치는 무·배추 등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식품을 말한다.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것은 수분을 배출시켜 양념이 잘 배고 무르는 현상을 방지해 오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김치의 유래는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는 단순히 채소를 소금물에 절인 염장 김치였다.오늘날과 같이 고춧가루와 젓갈,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은 김치는 19세기 말에 등장했다.김치는 고려시대 '물에 담근다'는 뜻의 '지'와 '저'에서 조선 초기 '딤채'로 불렸으며, 구개음화를 거쳐 짐치에서 김치로 굳어졌다.

김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세계적인 음식으로 떠올랐다.2001년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에서 '국제 식품'으로 공인을 받았다.코덱스는 김치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인정해 기존 '채소 절임식품' 표준 규격이 아닌 '단일 채소 발효식품'이라는 별도 규격까지 만들었다.우리나라 '김장 문화'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한민족 고유 공동체 문화로 인정돼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정부는 2020년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응하고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김치산업진흥법'을 개정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우리나라와 같이 '김치의 날'을 지정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김치의 날 지정 결의문에서 "한국은 김치 종주국(Korea is the country of origin of kimchi)"이라고 밝혔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하지만 중국은 한복과 아리랑에 이어 '파오차이'를 한국 김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파오차이'는 소금과 산초잎 등 향신료를 넣고 끓인 염수에 각종 채소를 넣어 제조한 '절임 식품'이다.오이를 소금물에 절여 만드는 피클과 제조 방식이 유사하다.유산균 수도 숙성된 김치보다 1/1천에 불과해 비교가 안된다.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은 "미국에서도 '김치의 날'이 제정되는 등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김치 종주국 위상을 공고히 다져야 한다"며 "특히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처하기 위해선 김치의 맛과 위생 등 식품의 기본 자격에 충실하고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세계가 공황에 빠졌다.우리나라도 고금리와 소비자 물가 급등, 환율 급등으로 가계와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언제 경제가 회복될 지 불투명하다.모두 힘들지만 올해 김장은 배추농가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자.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김장을 담그며 웃음과 정을 나누고 조상의 지혜를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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