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채원 한전 제천지사 고객지원부 대리

얼마 전 우연히 독일에 유학 간 후배가 '자신이 지내는 숙소에 난방이 충분하지 않아 매우 춥다'라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숙소의 주인이 지독한 구두쇠거나 특별한 사람은 아니고,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였다. 독일은 한국보다 선진국인데도 불구하고 난방이 충분치 않다는 말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가스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난방비가 몇 배나 뛰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옷을 더 두껍게 입는 등 부담스러운 난방비에 대비하기 위해 절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독일의 작년 대비 올해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43.3%였다.

올 상반기 한전은 전력을 키로 와트시(kWh)당 169원에 구매해 110원에 판매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22년 말까지 한전은 약 30조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부족한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에 대한 이자비용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여 채권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력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연료비는 대폭 상승했으나, 전기요금의 변동 폭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 세상 어떤 사업자가 자신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원가 이하일 때 판매하려고 할까? 전기가 공공재임이 틀림없지만, 적정한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본적 경제 논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맞춰 가격을 형성해야 한다. 이미 10월에 kWh당 4.9원을 인상하였지만, 한전의 올해 예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kWh당 200원 이상을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 전기요금의 정상화는 한 기업의 적자 해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손꼽는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필수적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을 계속 뒤로 미루게 되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에는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켜는 상점이 많고, 겨울에는 난방을 과도하게 하면서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으면서 생활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에너지의 약 95% 이상을 수입하는데도 대한민국이 에너지 과소비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전력 과소비는 연료 구매 및 전력 공급 시설 확충 등의 비용을 발생시켜 국민 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스마트 한전' 앱이나 한국전력공사 사이버지점 등을 통해 전기요금 및 사용량 등을 확인하여 전기 수요를 조절하고, 불필요한 가전제품 사용을 줄이는 등 실생활에서 적극적인 전기 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인 전기 소비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채원 한전 제천지사 고객지원부 대리
신채원 한전 제천지사 고객지원부 대리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통해 전기요금도 절약하고, 온실가스까지 줄여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슬기로운 에너지 생활이 개인, 국가 그리고 세계를 위한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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