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창귀 한국은행 충북본부 전문부본부장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누군가가 보내준 설악산 백담사의 단풍 절경이 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나는 차량 매연 등으로 운전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지만 최근 구매한 반자율 주행 가능 전기차로 만추의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

테슬라로부터 촉발된 전기차 신드롬을 계기로 국내외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는 매연 배출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당연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룬 상태) 달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런가?

문제는 전기차 자체는 탄소배출이 없지만 사용하는 전기의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상당량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생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수자원이 풍부한 네팔 같은 곳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수력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어 탄소배출이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력발전이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 대신 전력생산의 60% 이상을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전력생산의 약 30%는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를 태양광, 풍력 등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가 탄소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기차 이용자에게는 탄소 중립적일 수 있지만, 전기생산 과정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로는 탄소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는 지속되고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기생산 방법을 바꾸면 된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혹은 원자력 발전 등의 비중을 늘리면 된다. 물론 원자력의 경우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방사선 폐기물을 줄이고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인공태양인 핵융합 발전 등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노력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을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AI, 로봇, 데이터 등은 전기 소비를 많이 필요로 한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의 진폭이 커지면서 냉난방을 위한 전기 소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요즘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에너지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3분기 성장률을 보면 전기대비 0.3%에 머물러있다. 교역조건이 악화에 따라 에너지 등의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 국내총소득은 전기대비 1.3%나 감소하였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원유, 천연가스 등 연료가 금년 1~9월중 1천642억 달러에 달해 작년보다 76%나 늘어났다고 한다.

박창귀 한국은행 충북본부 전문부본부장
박창귀 한국은행 충북본부 전문부본부장

따라서 에너지는 우리 경제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역흑자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 생산비용 절감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 지리적 특성상 고립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확보 등을 위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긴요한 실정이다. 특히나 정부의 목표인 '2050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고 그럴 때 전기차도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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