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전 공주교육장

요즈음 단풍들이 저리도 곱더니만

간밤의 건들바람이 모질게 떨구었네

가련타 청춘들이여 안타까와 어쩌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려던 세계인들

한순간 넘어짐으로 슬프게 이별했네

너희를 추모하고자 이태원은 통곡한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는 한국을 물론 전 세계의 슬픔을 자아냈다.

5일까지의 추모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젊은 넋을 위로하며 자숙하는 기간을 보냈다. 국화꽃 헌화와 추모 물결 그리고 조용한 추모 분위기는 한국인이 위급과 슬픔을 당했을 때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 예가 되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이다.

11월 7일은 24절기 중 19번째인 입동이다. 우리 농촌에서는 입동을 겨울이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울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입동에 하는 가장 중요한 풍습 중 하나는 바로 '김장 김치 담그기'였는데 기후온난화로 기후가 자꾸만 따뜻해지다 보니 오늘날은 김장철이 자꾸 늦춰지고 있다.

입동에는 일정 연령 이상의 어른(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풍습도 있었다. 계절별로 마을에서 개최하는 자발적인 양로잔치(경로잔치)를 치계미라고 불렀는데, 치계미는 원래 꿩, 닭, 쌀이란 뜻으로 사또의 밥상에 오를 반찬값이라는 뇌물을 의미하지만, 마을의 어른(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고 공경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입동 무렵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은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어르신들께 대접했는데 이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농촌에 젊은이들을 구경할 수 없어 어른들이 대접 받을 수는 없지만 우리 어른들끼리라도 맛있는 음식 서로 나누어 먹고, 따스한 말 한마디로 이웃 간의 정을 돈독히 하며 행복하고 포근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여야겠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장수와 행복을 위한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 70년 동안 사람들을 추적하여 발표한 논문이 있다. 그 논문의 결론은 장수와 행복의 조건은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최창석 전 공주교육장
최창석 전 공주교육장

가정, 이웃, 동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은 사람들이 행복지수도 높고 장수하였다는 결론이다.

이제 자연은 무성했던 나뭇잎을 떨구고, 찬바람은 씽씽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마음만은 이웃과 함께 따뜻한 온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우리 한국 사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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