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상생 이끌 제2의 신토불이 운동 필요"

편집자

농협중앙회 원서를 두 장 가지고 와서 함께 시험을 보자는 친구의 권유로 1991년 입사해 올해로 '32년 농협맨'이 된 정태흥(57) NH농협 진천군지부장. 점포를 찾은 고객들을 응대할 때면 얼굴 가득 미소년 같은 친절한 미소가 번지는 그가 오는 12월 말로 퇴임한다. 대학시절 받은 농협 장학금이 농협사랑의 마음의 끈이 되었던 그는 농업인들과 함께 하며 농협 조직의 성장과 변화의 길을 걸어왔다.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후회없이 일했다고 말하는 정 지부장은 특히 고향인 진천에서 마무리하게 된 것을 더없는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를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1991년 입사해 32년간 농협맨으로 생활한 정태흥 NH농협 진천군지부장이 올해 연말 퇴임한다.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며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준 그는 퇴직 후에도 농협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1991년 입사해 32년간 농협맨으로 생활한 정태흥 NH농협 진천군지부장이 올해 연말 퇴임한다.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며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준 그는 퇴직 후에도 농협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농협은 농업인들의 친구이자 수익증대 등 경제적인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맨으로서의 퇴임소감은.

-농협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깝고 든든한 이웃이다. 하지만 최근 농촌지역에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업인 감소와 더불어 조합원수가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해있고, 도시지역에서는 조합원 농가가 없는 농협의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퇴임하면서 조언을 한다면 향후 농업인·국민 모두와 '함께 하는100년 농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해야 하는지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발전전략을 수립·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부문별 새로운 비전과 사업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성이 절실하다. 예를 들면 최근의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비대면(Untact) 방식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경제사업에서는 온라인 비대면 유통체제를 더 강화해 시대의 흐름보다 한걸음 앞서가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모바일 쇼핑 등의 비대면 유통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웰빙시대(wel1-being)에 맞춘 기능식품 수요의 증대에 부응해 고부가 가치 농산물 생산을 확대하고, 더불어 푸드플랜의 핵심인 로컬푸드 사업의 효율성 높여 지역민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석대와 MOU를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한 농촌일손돕기 봉사
우석대와 MOU를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한 농촌일손돕기 봉사


▶농협 진천지부장으로 특별히 애정을 가진 사업과 시책이 있다면.

-2017년~2018년 진천군지부장으로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2021년 진천군지부장으로 두 번째 부임하면서 소통과 화합으로 1등 진천군지부를 만들자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직원들과 공감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직원 스스로 자발적으로 사업 추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한 것들이 성과로 나타나 올해 5월 이달의 우수사무소 시상을 필두로 7·8월 1등급, 9월 2등급 등 업적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농업인의 소득 증대와 실익사업을 확대하기위해 지자체 협력사업을 확대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그 성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충전식 분무기를 3천대를 공급해 농업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고, 부족한 일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농업인들의 아픔을 달래 주기위해 지난해 진천군과 우석대, 농협이 일손돕기 협약을 체결해 올해까지 매주 금요일 우석대 학생 20~30여명이 일손돕기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 4월 18일 가진 범농협 영농지원 발대식 모습
지난 4월 18일 가진 범농협 영농지원 발대식 모습


▶진천이 고향이어서 애정도 남다를텐데 지역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고향에서 지부장으로 4년을 재직하면서 가뭄이나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업인이 있으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농업인의 애환을 들어 주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팔을 걷어 부치고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같이하며 어려움을 나누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농번기 일손이 딸린 농가에 가서 조금이나마 일손을 보태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메론심기, 비닐 걷기, 적과작업, 수박넝쿨 걷어내기 등 영농철 일손 돕기에 직원들과 땀을 보태주고, 농가주가 고마워하는 모습에 힘든 것이 한순간 날아가는 듯 했다. 이와 함께 농업인 행복버스 사업을 진천 관내 농협에 유치해 장수사진 찍어주기, 돋보기 맞춰주기, 의료봉사 등 고령 농업인들에게 행복한 기쁨을 선사 했으며, 홀로 사는 독거 노인대상 도배·장판 등 집 고쳐주기 사업도 수차례 실시하며 진심을 전하려고 했다.


▶32년 근무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농협의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했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은.

-돌이켜 보면 1991년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전산시스템의 발전이 더딘 시기였다. 종합온라인화 작업을 위해 밤도 많이 새웠다. 나 뿐아니라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농협맨들이 있어 지금의 농협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2천년 7월 농협중앙회, 축협중앙회, 인삼협중앙회의 통합으로 규모화를 이루어 냈고, 2012년에는 농협사업구조 개편으로 농협중앙회가 농협중앙회, 경제지주, 금융지주,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로 법인이 분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전문화를 통해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있는 농협이 됐다. 또한 농협은행도 국내 4대 은행에 랭크가 될 정도로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농협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진천군 송기섭 군수에게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 정태흥 지부장
진천군 송기섭 군수에게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 정태흥 지부장


▶'이것만은 꼭 지키자'고 했던 마음의 중심이 되는 신념이 있다면.

-농협생활을 시작하면서 '초심을 잃지 말고 매사에 성실하게 임하자'는 좌우명을 갖고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나 가기 싫어하는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불평불만없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사무소장으로서 재임기간 도금고, 군금고 등 금고계약을 세 번씩이나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성실함의 귀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들어 많이 하는 생각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아무래도 퇴직이 얼마 남지 않다 보니 퇴직 후의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하고, 평생을 몸 담았던 정든 조직인 농협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본다. 과거 신토불이 (身土不二)운동과 같이 공통된 인식의 농협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며, 농협직원 전체도 협동조합에 대한 이념 재정립과 철저한 정신무장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농협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함께 하는 100년 농협을 다함께 만들어 퇴직 후에도 농협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후배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32년 만에 휴식을 갖는다. 퇴임 후에 하고 싶은 일이나 구상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우선 쉬면서 나 자신을 성찰할 시간을 갖고, 퇴임 후 32년간의 농협 근무경험, 특히 6년 간의 지부장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파해 좋은 점들은 계속 이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농업, 농촌이 더 발전하고 농업인이 더 풍요로운 삶을 유지해 농업인이 진정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퇴임 후 처해진 위치에서 그 역할을 찾아보고 싶다. 농업인과 농협이 동반자로서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보고 싶다.

▶지역 농업인과 군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면.

-고향에서 4년간의 지부장 생활을 과오없이 마무리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함께 동고동락 했던 지역 농축협 임직원들, 농업인, 농민단체 임원 등을 비롯한 군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갖고 보살펴 주신 덕분에 자랑스럽게 농협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지역 농업인과 군민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퇴임을 해 어느 자리에 가있더라도 고향인 진천군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행복을 기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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