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응원전 없이 차분했지만, 학부모 바람 속 시험장 훈훈

아름고등학교 제1시험실 고사장 복도 현장은 모든 수험생들이 입실을 마무리해 고요한 상태다. / 표윤지
아름고등학교 제1시험실 고사장 복도 현장은 모든 수험생들이 입실을 마무리해 고요한 상태다. / 표윤지

[중부매일 표윤지 기자]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열리는 17일, 고사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의 입실이 줄을 이었다. 교육부 지침상 코로나19 재유행과 최근 이태원 참사로 응원 행렬은 사라져 다소 썰렁한 분위기에 긴장된 표정의 수험생들은 일년간 사투를 벌였던 시험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전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험생들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 시험전 요약노트를 보고 있다. / 표윤지
수험생들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 시험전 요약노트를 보고 있다. / 표윤지

세종시교육청 제29지구 제5시험장 아름고등학교에서는 이날 오전 6시40분께 첫 수험생 입실이 이뤄졌다.

전년대비 포근한 날씨로 학생들의 옷차림은 다소 가벼웠다.

양털 집업에 슬리퍼를 신고 온 세종고 김모(18)군은 "1년동안 준비한 시험이라 걱정보다는 긴장이 많이 된다"며 "수학과목이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쓰이는 과목이다"고 꼽았다. 시험장까지 같이 동행한 어머니는 "아들이 긴장해 입맛이 없다고 해 김밥과 과일을 싸줬다"고 말하며 "긴장하지 않고 끝까지 잘 마무리했음 좋겠다"고 말했다.

재수생 학부모라 밝힌 최모(53)씨는 "인생에 중요한 시험인데 한번 뿐이라 걱정이 많이 된다"고 긴장감을 내비치며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시험이라 일년동안 준비한대로만 의연하게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도시락을 두고 간 수험생을 위해 정문에서 도시락을 들고 감독관을 기다리는 학부모도 보였다. 아이에게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차 물어보며 우두커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수험생 자녀가 도시락을 깜박하고 입실하자 학부모가 애타는 마음으로 감독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 표윤지
수험생 자녀가 도시락을 깜박하고 입실하자 학부모가 애타는 마음으로 감독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 표윤지

한 통신사에서는 수험생들이 따뜻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핫팩 200개 물량을 준비했다. 정문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응원 인사를 건넸다.

통신사 직원은 "7시부터 나와 입실하는 수험생들에게 핫팩을 나눠주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시험을 잘 치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사장 옆 크레인이 시끄럽자 수험생 자녀의 시험이 방해될까 노심초사한 학부모가 해당 시청에 민원 넣었다. / 표윤지
고사장 옆 크레인이 시끄럽자 수험생 자녀의 시험이 방해될까 노심초사한 학부모가 해당 시청에 민원 넣었다. / 표윤지

이전에 비해 뜨거운 응원현장은 없었지만, 수험생 자녀들의 좋은 결과를 바라는 학부모의 바람으로 시험장은 훈훈했다.

오전 8시 13분께 입실 통제를 모두 마친 순찰요원이 정문을 봉쇄하고 있다. / 표윤지
오전 8시 13분께 입실 통제를 모두 마친 순찰요원이 정문을 봉쇄하고 있다. / 표윤지

학부모 박모(47)씨는 "속이 편안한 불고기, 달걀말이, 소고기무국을 도시락으로 준비해 손에 쥐어 보냈다"며 "아들이 수시에 합격에 최저등급만 넘기면 되는데 그럼에도 긴장이 너무 돼 자리를 뜰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려견인 강아지도 꼬까옷을 차려입고, 정문에서 수험생의 발길을 배웅했다. 오늘이 중요한 날임을 인지했는지 수험생이 들어간 자리를 계속 응시했다.

아름지구대에서 경찰 두명이 나와 학생들의 수험장 입실을 지도했다.

이날 수능 안전요원을 맡은 경찰은 "일단 문제지 호송부터 시작해, 추후 아이들의 입실이 끝날 때 까지 경비한 후 철수하기로 돼 있다"며 "입실이 다 끝나는 8시 반까지 경비를 설 것 같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시험장 옆에서 크레인 소음이 들린다며 해당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수험생 자녀의 시험에 혹여나 장애물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아름지구대 경찰들도 그 마음을 헤아렸다.

시험장 앞에는 수험생들을 위한 비상용 마스크와, 물이 준비돼 있어 최상의 컨디션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배려했다.

오전 8시 13분께 시험장 순찰요원이 학교 정문을 굳게 닫으며, 수험장 입실 통제가 종료됐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수험생, 학부모, 감독관에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최 교육감은 "올해도 여전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입시 준비를 하느라 고생했다"며 "오랜 시간 준비하고 애써 온 시간들이 좋은 열매로 맺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격려했다. 그는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하되,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기 위한 하나의 발돋움판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2024년 대학수험능력시험을 치르는 세종시 수험생은 총 4천444명이며, 코로나 확진 응시생은 24명으로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른다. 1교시는 국어 영역이며 오전 8시40분부터 시작한다. 이후 수학, 영어, 한국사·탐구, 제2외국어·한문 순으로 시험을 치른다. 4교시까지 응시하는 일반 수험생들은 오후 4시37분 시험이 종료되며, 제2외국어 등 5교시까지 시험을 보는 수험생은 오후 5시45분에 고사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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