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바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사회복지사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으며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등의 도입으로 집은 단순히 머무르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의 중요성도 커졌지만 여전히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 환경은 큰 차이를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35조 3항)에서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으며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에 관한 지표"로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되어 있다. 현행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가구 구성원별 최소 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의 개수를 충족하여야 하며, 전용 입식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2020년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4.60%, 약 92만 가구는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있다.

아동의 경우 주거 환경에 따라 건강 및 학업 성취 등에 영향을 받으며 이는 곧 어른이 된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동 가정에 대한 최저주거기준의 보장은 그 중요성이 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주거취약계층 아동 가정을 돕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증금 및 주거개보수 지원 등을 통해 아동 가정의 주거 상향을 돕고 있다. 현장에서 주거문제를 가진 아동 가정을 직접 만나다 보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함에 있어 주거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그 전에 아이랑 원룸에 살았을 때보다는 마음이 편해졌죠, 10평도 안 되는 원룸에서 아이랑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서로 짜증낼 때도 많았고 계속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니깐 부딪히는 것도 많았죠." 재단의 보증금 지원을 받아 최근 이사한 미숙(가명)씨의 이야기다. 미숙(가명)씨는 남편과의 이혼 후 도망치듯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야 했다. 돈이 없었던 미숙씨가 구한 집은 10평도 채 되지 않는 원룸이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분리된 공간도 없이 생활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 상황으로 아이와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도 길었다.

"집에 들어오면 집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냥 숙박업소에서 장기 방을 잡은 느낌 있죠? 아이도 이사하고 나서 항상 좋다고 해요, 집에 오면 정말 집에 온 느낌이래요.(웃음)"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아이의 심리적 문제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자포자기 상태였어요. 근데 (주거)환경이 나아졌으니 더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거예요." 이사 전까지 무기력했던 엄마 미숙씨도 이사 후 활력을 되찾고 근로를 재개했다. 아동 가정에 있어 최저주거기준의 보장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바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사회복지사
김바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사회복지사

올해는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한 의미 있는 해이다. 그동안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 끝에 이제 우리는 아동을 개별적인 권리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7조에서 "아동은 제대로 입고, 먹고, 교육받고, 안전한 곳에서 살면서 건강한 발달에 필요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지만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아동들이 최저주거기준을 보장받고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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