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이 만든 갓성비 짜장면… 마니아층 입소문 '문전성시'

편집자

"짜장면 한그릇이 3천원 밖에 되질 않는다고요?"

치솟는 물가에 요식업계 상인들은 애가 탄다.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끊길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현상 유지도 어렵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착한 가격으로 승부하고 있는 한 중화요리 집이 있어 화제다.

그 식당은 바로 단양군 영춘면 '일성식당'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같은 삶이 아닌 그저 한자리에서 묵묵히 외길을 걷고 있는 장석재(59세. 일성식당) 대표.

그는 고물가시대 착한 가격과 맛으로 승부하는 게 곧 경쟁력이라 말한다.

이젠 마니아층의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화장실 외부에 일성식당 메뉴가 적혀져 있어 눈길을 끈다.
화장실 외부에 일성식당 메뉴가 적혀져 있어 눈길을 끈다.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 단양군 영춘면 온달문화복지회관으로 가는 40미터 전 좌측 골목으로 들어서면 '일성식당'이 나온다.

그 길로 20미터만 더 들어가면 눈길을 끄는 화장실이 하나 나온다.

화장실 벽면에는 짜장면, 짬뽕 등 일성식당 메뉴가 적혀 있다.

화장실에 들어서면 일반성인은 소변을 보기 불편할 정도로 좁다.

일성식당은 87년부터 운영돼 왔다.

이후 고인이 된 어머니의 대를 이어 장석재(59세), 홍기숙(54세) 부부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일성식당이라는 상호는 당시 구인사 큰 스님이 지어줬다.

일로서 크게 일어서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일성식당의 주 요리는 '짜장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반전인 '음식 값'이다.

짜장면 값은 3천원, 우동 4천원, 간짜장 4천원, 짜장밥 5천원, 탕수육 1만 5천원 등 대체로 타 중화요리 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일성식당 내에 있는 메뉴 가격표 모습.
일성식당 내에 있는 메뉴 가격표 모습.

장 사장의 소박한 마음때문인지 요즘 일성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격을 적게 받는 이유에 대해 장 사장의 답은 간결하다.

"시골사람들에게 값싸고 양 많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 어른들을 보면 모두 부모님 같단 생각이 들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결코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이곳은 배달에도 차별을 둔다. 젊은 사람들이 배달을 원할 경우 배달을 해주지 않는 것이 장 사장의 사업 철학이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차편이 안되는 노인들에게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배달을 한다.

이곳에는 아르바이트가 없다.

두 부부가 음식을 하고 써빙까지 맡는다.

점심 식사를 놓친 두 부부가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을 틈내 삽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 모습.
점심 식사를 놓친 두 부부가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을 틈내 삽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 모습.

이렇다보니 손님들로부터 다양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짜장면에 고기가 없다', '음식이 늦게 나온다'. '서비스가 부족하다'. '친절하지 못하다' 며 SNS 등에 글을 올려 일성식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도 한다.

때론 손님들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장 사장은 "고기를 넣지 않는 이유는 짜장면 고유의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넣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어 "음식을 즉석에서 하다보니 손님들의 불만이 많다. 직원 또한 고용해 본 적이 없어 자칫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경우 직원들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도 돼 두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성식당은 특별히 쉬는 날이 없다. 집안에 대소사가 있는 날이 바로 쉬는 날이다.

이곳은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개시한다.

이후 오후 3시~5시까지는 재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저녁 장사를 이어간다.

장 대표는 영춘면에서는 마당발로 유명하다.

그는 그동안 청년회장, 방범대 소방대장, 영춘면 이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봉사도 펼쳐왔다.

주민 김진수(50세. 남)씨는 "가격이 싸 짜장면 양이 부족하고 맛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치 않다"며 "모든 게 비싼 요즘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칭찬일색이다.

두 부부는 올해 배추김치를 200포기나 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배추값과 짜장면 가격을 감안한다면 남지 않는 수익 구조다.

하지만 내년에도 짜장면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고 한다.

장 대표의 부인 홍기숙씨는 "매출을 보면, 지역 손님은 30%, 타지역 손님이 70%를 차지한다. 어른들이 잘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식들이 잘먹고 사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짓는다.

두 부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 말한다.

하지만 자식에게 만큼은 물려 주고 싶지 않다는 게 두 부부의 공통된 마음이다.

단 지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사업을 물려주고 싶다는 게 이들의 작은 소망이다.

일성식당 문의전화:043 423 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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