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연말이 되면 지나온 한해를 정리하면서 또한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에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처럼 다음해인 2023년을 바라보는 경기 예측이 부정적일수록 압박감은 배가된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예상했다. 지난 8월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외 경기 상황에서 호재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세계적 경기 둔화와 그로 인한 수출 부진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내년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침체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 속에 소비자 심리와 기업 체감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이맘때면 또 다른 관심거리가 내년의 이슈와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이다. 올해도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상위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찾을 수 있다. 내년 10대 트렌드의 핵심어는 'RABBIT JUMP'다. 2023년 계묘년을 맞아 검은 토끼의 해에 더 높은 도약을 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열 가지 트렌드는 경제?사람?기술의 세 가지 축으로 유형화됐다. 한국 사회의 방향성 전환과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 새로운 세대 등장과 가치관 변화, 기술 진보에 의한 유통과 공간 변화가 그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하나로 '전형성'이 사라지는 것을 들었다. 평균 주변에 수가 제일 많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의 이른바 '정규분포'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양상을 나타낸다.

소득?소비 양극화가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극과 극을 넘나들면서 '승자독식' 시장을 출현시키는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불황을 겪으면서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들이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등장하는 '선제적 대응기술'(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이 포함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을 기념해 경제전문가 405명과 20대 이상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 97%, 국민 96.3%가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의 49.9%는 '매우 큰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2023년 경제?산업 전망'(2022년 11월) 보고서를 보면, 내년 국내 13대 주력산업 수출액은 자동차(2.5%)?조선(42.4%)?2차전지(17.3%)?바이오헬스(6.5%)를 제외하고 일반기계?철강?정유?석유화학?섬유?정보통신기기?가전?반도체?디스플레이 등 9개 산업이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평가됐다. 우울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과 팬데믹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 통화 정책 기조, 금융시장 불안, 무역적자 지속이 내년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2023년의 엄중한 시장 환경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도 우리를 둘러싼 트렌드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자신의 기술과 브랜드와 상품을 재정의함으로써 고객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대체 불가능하고, 지금보다 더 새롭고 매력적이면서 다채로운 '뉴디맨드 전략'(New Demand Strategy)이 필요하다.

이를 극복할 혜안으로 역경을 통해 단련 과정을 견디고 큰일을 이룬다는 맹자(孟子)의 '천강대임(天降大任)'론과 장기적 유연성 및 회복탄력성을 중시하는 관점을 되새겨봄직 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