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기내 통과 가능성 미지수… 김영환 지사 "직무유기 넘어 망국"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법인세법 등 국가 경제를 좌우할 핵심 법안들이 수개월째 국회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특히 김영환 충북지사는 국회가 반도체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에 대해 "국회는 직무유기를 넘어 망국의 길을 가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도 4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최근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감소하며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최근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긴 했으나, 야당에서 풍력발전특별법 처리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이번 회기 내 통과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간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대기업 밀어주기 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K칩스법'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묶어 내놓은 법안이다.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에 대해 20%,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0% 금액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미 애리조나주 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중 패권 전쟁과 안보 핵심 자산으로 각국이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발목이 계속 잡힐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영환 충북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대체 이 나라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라며 "대원군의 쇄국이 국치를 가져왔듯이 선배들이 이룩한 반도체강국 대한민국을 세계시장에서 고립시키고 이미 선두를 내어준 대만맹 TSMC에게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애리조나에 400억 불의 투자를 결정하고 애플의 팀쿡과 조바이든이 TSMC착공식에 참석해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외치는 데 대한민국 국회가 4개월째 반도체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맞 먹는 매국매족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 반도체와 초격차기술을 지키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예의"라며 "아무리 정쟁이 급하고 당리가 우선이라 해도 제발 이것만은 여야 없이 통과시켜다오. 부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윤석열 정부가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감세 법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 간사는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선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법인세법의 경우 입장차가 워낙 커 원내지도부 간 협의로 넘어갔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5년~2026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태"라며 "현재처럼 국책 사업이 미뤄지고, 투자가 지연되거나 정부 지원이 미비한 상태가 향후 지속된다면, 공급망 재편이 결국 우리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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