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모든 사물의 얼굴은 그 안에 살아있는 생각이나 마음의 표상이라고 한다. 생각을 마음에 그리는 모습이 그대로 얼굴에도 똑같이 나타나므로(心顔) 희로애락과 애오욕의 심성적 변화는 숨길 수가 없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속(心)과 겉(像)을 다르게 표현해보기도 하지만 거짓된 것은 바뀌지 않는 생각(天性)에 터한 행동에서 쉽게 드러난다. 그러기에 마음과 얼굴은 한 줄기라고 하지 않던가?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에 올라서 달리다보니 사람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하는가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있다지 않던가? 바른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의 얼굴과 주변 환경의 목표에 반응하는 얼굴 모습은 사뭇 다르다고 한다. 속는 사람(實)과 속이는 사람(虛)의 차이리라.

법 없이도 살만한 착하디착한 사람이 심성 고약한 사람과 어울려 지내다보면 부지불식간에 그와 한 타령이 된 삶을 살게 된다(近墨者黑)고 하여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고 했나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성경에 기록된, 예수가 잡혀가기 전날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정경을 묘사한 벽화 "최후의 만찬(Ultima Cena, 1495~1497)"을 그릴 때의 일화다. 성경에 나오는 열세사람의 얼굴모습을 그대로 그리기 위해 대역의 모델을 세웠다는데, 제일 먼저 예수의 모습을 상징할 수 있는 모델을 일 년여에 걸쳐 어렵사리 찾아서 그렸다고 한다. 그 모델은 무죄함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면서 죄로 인해 찌들어진 모습이 전혀 없는 순진무구한 얼굴의 열아홉 청년이었다.

그 후 맨 마지막으로 그릴 가롯 유다의 모델은 악의가 넘치고 완전히 파괴되어버린 듯한 배반자의 모습으로 로마의 형무소에서 사형집행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죄수를 선택했다. 반년쯤 지나서 그림이 완성되자 모델을 체포하여 다시 형무소로 돌려보내려 할 때 그는 다 빈치에게 전에 자기를 본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전혀 기억이 없다고 대답하니 "내 얼굴을 잘 보시오. 7년 전에 저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예수의 모습을 그릴 때 내가 바로 그 모델이었습니다."라고 한다. 자기 모습이 변한 줄도 모르고.

예수의 모델이 될 만큼 아름답고 고상한 모습의 청년이 무절제와 타락의 길을 걸어 역사의 가장 비열한 배신자의 모습으로 변하는 데는 불과 삼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람의 심성과 그를 표출하는 얼굴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一切唯心造)는 말이나 사물을 천사의 눈으로 보면 천사로 보인다(佛視佛)는 말도 이와 다름 아니다.

소통되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동식물이 다 같으며 무생의 사물도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문명한 소통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이 그중에서 가장 우둔하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같은 날 태어난 강아지를 기르면서 주인이 먹이를 주거나 같이 어울려 놀 때에 특정 색깔의 강아지에게는 긍정의 말을, 다른 강아지에게는 부정의 말을 했더니 점점 커가면서 성격이나 행동이 주인의 말대로 되어갔으며, 마당 가에서 제멋대로 싹이 나서 자라는 호박넝쿨 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말을 하면서 표정 지어 보여줬더니 크고 단 호박이 열린 것과 작고 비린 호박으로 구분되어 늙어가더란다. 하물며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마음의 변화에 따라 얼굴 모습이 변하는 게 누구에게나 꼭 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님을 전제하고서 특정 인물의 사진첩에 나타난 유소년과 청·장년 내지 노년의 모습까지를 살펴보면 차카개(착하게) 보이려고 노력한 것이나 성장 과정에서 변화된 모습을 알아보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생각 있는 부모들이 자녀를 기르면서 흉측한 모습이나 험한 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바람직한 환경으로 바꿔주는 것이 사치가 아님을 이해한다면, 가까운 나부터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언행과 배려생활로 관심 기울여 세심하게 보살펴주면 마음의 얼굴이 환하게 열린다. 가정은 작은 학교로 나는 그 가족의 도우미요 스승이며 그곳의 주인임을 잊지 않으면 꼭 당신을 본받아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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