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순례객들 성지… 고난의 발자취를 쫓다

편집자

현재 원형이 잘 남아있는 대표적인 조선시대의 읍성으로 사적 제116호로 지정된 해미읍성.

서산시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서산 9경의 1경으로 지정됐고 천주교 순교자들의 아픔이 서린 곳으로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서산의 랜드마크인 해미읍성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해미읍성 전경
해미읍성 전경

[중부매일 이희득 기자]서산 해미읍성은 사적 제116호로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읍성으로 조선 태종때 왜구를 막기 위해 쌓기 시작해 세종 3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는 둘레 1.8km, 높이 5m. 면적 203,164㎡로 원형이 잘 보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충청병마절도사영이 위치했던 군사적 중심지였다.

이 성은 1651년 청주로 병마절도사영이 옮겨가기 전까지 서해안 방어의 요충지 역할을 했으며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이 군관(軍官)으로 열 달 정도 근무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의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읍성은 천주교도의 아린 아픔도 새겨져 있다.

1866년 병인박해시 1천여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잡혀와 고문을 받았고 처형당했다.

이에 우리나라 천주교도들 사이에서는 해미읍성이 관광지에 앞서 성지(聖地)로 여겨진다.

실제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해미읍성을 찾고 그 곳에서 그들의 신을 찾으며 마음의 안식을 얻고 있다.

특히 2014년 8월에는 세계천주교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읍성을 찾아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도 해, 23개국 6천여명의 가톨릭 신자를 비롯 신자 등 2만 3천여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이제 해미읍성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순교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해미읍성은 천주교 신자뿐만이 아니라 체험학습과 가족여행을 함께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만점으로 꼽힌다.

조선시대 포졸들이 지키고 서 있는 읍성 정문인 진남문(鎭南門)을 지나면 수령이 300년도 더 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역 사투리로는 '호야나무'로 불리는 이 나무는 천주교 박해시기에 신자들을 고문하고 처형하는데 이용됐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순교자들의 아픈 기억들이 아로 새겨져 있다.

호야나무를 돌아들면 정감있는 민속가옥촌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옥사(獄事)체험을 비롯해 죽공예·짚풀공예 등의 공예 시연을 관람하며 선조들의 옛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국궁체험장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나면 이순신 장군의 호연지기도 느낄 수 있다.

해미읍성에는 늠름한 기마순찰대도 있고 연날리기 공연이 매일 계속되며 야간에는 '빛의 거리'로 탈바꿈해 연인들에게 최고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에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4년 연속으로'국가지정 유망축제'에도 선정됐고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도 뽑혔다.

아울러 세계축제협회(IFEA World)로부터 축제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피너클 어워드' 세계대회에서 금상 5개, 은상 2개 등 총 7개 부문을 수상해 우수성을 인정받은 국제적인 축제다.

특히 서산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가 2016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문화관광축제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서산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는 문화관광축제 부문에서 ▷최초상기도 ▷보조인지도 ▷브랜드경험 ▷브랜드 선호도 등의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해미읍성 서문으로부터 서쪽으로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미 순교성지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에 극에 달했던 정사박해(1797년)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수천명이 넘는 무명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순례지다.

해미순교성지가 위치한 자리는 여숫골 혹은 생매장터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1935년 서산 본당의 범바로 신부가 이름도 알리지 못한 순교자의 유골과 유품에 대한 조사와 발굴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75년에는 유해 발굴지 인근에 높이 16m의 철근 콘크리트 조형물인 해미 순교탑이 세워졌으며 2003년에는 기념 성전이 건립돼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셔놓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생매장 순교지 일대는 천주교도들에게 또 하나의 성지가 되어 전국의 순례자들이 이미 떠난 순교자들의 고난의 자취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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