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을 붙여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뒤 천식환자처럼 숨을 조절하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김소진의 ‘지하 생활자들‘ 중에서)

우리는 물같은 액체를 입에 한 번 머금는 양을 가리켜 ‘모금’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쓴 약을 먹을 때 입안 가득히 한 모금의 물을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보고’라는 노랫말도 있다.

‘모금’, 어디서 온 말일까. 물론 오늘 문제 ‘모금’은 의심할 여지없는 순우리말이다. 그러나 말뿌리를 알기가 쉽지 않다. 오늘 문제를 풀려면 다음의 어휘를 예습할 필요가 있다.

‘신다’, ‘품다’, ‘배다’, ‘빗다’, ‘갈다’.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바로 명사에 ‘~다’를 붙여 동사를 만든 경우다. 신을 신는 것이니 ‘신다’, 품에 안는 것이니 ‘품다’, 배에 배는 것이니 ‘배다’라는 동사가 생겨났다.

이밖에 빗으로 빗는 것이니 ‘빗다’가 됐다. ‘갈다’는 다르게 보이나 ‘칼(刀)다’가 변한 말로 발음하기 좋게 ‘갈다’로 변했다.

오늘 문제 ‘모금’은 이와 정반대이나 그 원리는 같다. 즉 명사에서 동사어가 생긴 것이 아닌 동사에서 명사어가 생긴 경우다. 어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 문제 ‘모금’은 ‘먹다’에 접미사 ‘음’ 또는 ‘옴’ 정도가 붙은 말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머곰다’가 원형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명사로 바뀐 후 ‘머곰’, ‘모곰’을 거쳐 지금의 ‘모금’으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모금’은 말 그대로 ‘먹다’의 명사형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한ㆍ두 모금 할 때의 ‘모금’은 ‘먹다’외 다른 뜻을 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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