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명훈 소설가

콩트에 의해 비롯되고 뒤르켕이 큰 역할을 한 사회학이란 학문이 없던 시절이 길었다. <자살론>으로 유명한 뒤르켕은 당대의 사람들과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당시의 통념으로 자살은 개인적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최고니 하는 말만 봐도 그 이면에 자살이 사회적이라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자살이 단지 개인적이라면 자살율을 정하고 통계를 내어 발표할지라도 그 의미가 다를 것이다.

자살이 개인적으로 치부되는 시대에 뒤르켕은 자살을 해부하듯 파고들어 개인적인 것만이 아님을 발견한다. 사회적인 요인이 개인적인 요인 외에도 있음을 확인한다. 그것을 이론화해 <자살론>에 담았다. 자살은 개인적인 것 중에 가장 개인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것에서 사회적인 것을 끄집어내 사회학이 급발전될 근거 역시 확보한다. 예전에 어느 학자에게서 들은 내용이다. 학문은 이처럼 사회 문화의 저발전과 향상되어야할 필연성, 뛰어난 학자 및 사회 분위기 조성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된다.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도 그와 사정은 다르지만 다르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집필되었을 것이다. 저자인 니키자와 신이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이다. 그는 신화의 재해석에서 출발해 한권 한권 색다른 저작물들을 시리즈로 5권 만들었는데 그중 3권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첫 번째 책인 <신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에서 그는 철학과 신화를 통합시킨다. 더 자세히 말하면 철학사에서 밝혀낸 것들이 이미 그 이전의 신화 세계가 이루어놓은 것들의 발자취 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철학과 철학사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철학에도 조예가 깊은만큼 철학과 종교, 신화를 깊게 연구하다보니 다다른 결론일 것이다.

두 번째 책인 <곰에서 왕으로-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에선 국가의 탄생 전후를 다룬다

세 번째 책인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에선 경제의 형태를 다룬다.

세 번째 책의 요점을 간단히 추리자면 경제사의 큰 흐름이 증여에서 교환으로 와 현대 문명에 이르렀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누락 내지 거세되었다는 것이다.

그 증거들을 다양한 자료에서 입증하는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도 찾아낸다. '"나도 노동을 하지 않았는가? 방적공의 감시라는 노동을, 총감독이라는 노동을 하지 않았는가? 나의 이런 노동 역시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고용한 감독이나 지배인은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나 그러다가 그는 어느새 쾌활하게 웃으면서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가버렸다.' 자본가의 이 교활한 웃음을 정신분석학자 라캉 역시 놓치지 않는다. 라캉도 그에 집중해 자본주의의 은폐된 구조를 파악한다. 잉여가치가 그것이다. 노동력의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의해 대리표상되어 잉여가치가 산출된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명훈 소설가
이명훈 소설가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는 중요한 책이다. 뒤르켕이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된 사태에서 사회적인 것을 발견해 사회학을 발전시켰다면 니카자와 신이치는 사랑과 경제라는 대립적인 명제들을 하나로 통합한 차원이 아니라 인류사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미 혼융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다시 말해 증여라는 경제 형태엔 사랑의 감정이 담겨있는데 증여가 교환으로 대체되면서 사랑도 증발되었다고 단순하게 요약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교환 경제 체제로 일원화되다시피한 지금의 세계가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이 시대에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대한 방향을 보여주는 귀중한 책 중 하나일 것이다. 신화라는 인류의 원형에서 철학을 짚어내고 지금 세계 문제의 중요한 두 축인 국가와 시장에 대해 근원적인 틀이자 원형에서 그 둘 모두를 해체적으로 분석하며 인류가 잃어버린 길을 풍부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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