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알찬 밥상… 추위엔 뜨끈한 국물 한입이 최고

편집자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할거여?", "가던 곳 가야지."
육거리 시장 상인들이 늘 가는 식당이 있다. 그곳은 '연다래' 식당이다. 이곳은 20년간 육거리시장의 희노애락을 지켜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순간에도 정성스런 음식으로 상인들을 위로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전진숙(66) 연다래 식당 사장을 만나 상인들과 함께한 육거리시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월이 묻어 낡은 간판이 보여주는 연다래 식당 전경  / 이재규
세월이 묻어 낡은 간판이 보여주는 연다래 식당 전경 /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청주 육거리시장 연다래 식당은 늘 오는 손님들이 매번 다른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 곳. 즐거운 소식을 들으면 함께 기뻐하는 곳이다.

과일가게 아저씨는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가 애환이다. 농산물을 유통하는 상인은 매년 나빠지는 작황이 걱정거리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모두의 위기였기도 했다.

"코로나19 터지고 시장 전체 매출도 떨어지니까 우리가게도 손님이 끊겼어요.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있었고. 그래도 한 세월이 있어서 어찌어찌 버텼어요."

코로나19로 적자만 수개월째였던 지난해, 전 사장이 식당영업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상인들 때문이었다. 연다래 식당은 손님의 95%가 시장상인들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알찬 구성이 새벽부터 땀 흘린 상인들에게는 하루 유일한 안식처가 돼 왔다.

20년간 연다래 식당을 운영해온 전진숙 대표 / 이재규
20년간 연다래 식당을 운영해온 전진숙 대표 / 이재규

연다래 식당은 시장 공영주차장(1·2주차장) 주변에 위치해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낡은 간판은 이곳을 모르는 외지인의 발길을 붙잡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에게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그 식당이다.

가게를 들어서면 전 사장의 따뜻한 목소리가 먼저 추위를 녹인다.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계셔."

몸에 좋은 재료(한약재, 우슬, 결명자 등)로 우려낸 차는 종일 밖에서 추위에 떤 상인들의 몸을 녹인다.

점심시간은 8개 테이블로 운영된다. 상인들은 주로 간단한 찌개류를 점심메뉴로 택한다. 겨울에는 동태찌개, 새우찌개, 김치찌개, 백반이 잘 나간다.

푸짐한 밑반찬과 김치찌개 한 상 / 이재규
푸짐한 밑반찬과 김치찌개 한 상 / 이재규

찌개와 함께 나오는 6종 밑반찬(김치, 나물, 어묵, 멸치, 조림, 고추튀김)과 두부조림은 찌개와 환상궁합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메뉴로 까다로운 시장 상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전 사장의 부지런함 때문이다. 연다래 식당은 매일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로 음식을 한다.

육거리시장에서 바로바로 공수해오는 신선한 재료도 맛의 비법 중 하나다. 새벽에 장만한 식재료를 그날 소진하고, 다음날 다시 장사를 준비한다.

저녁에는 토끼탕과 닭백숙, 오리구이, 닭볶음탕 등은 술안주와 찰떡궁합인 메뉴가 인기다. 고된 하루를 소주 한 잔으로 정리하는 상인들을 위한 음식이다.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토끼탕과 밑반찬 / 이재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토끼탕과 밑반찬 / 이재규

"작년과 올해 예사롭지 않게 오르는 재료값으로 늘 가격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늘 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가 없어요."

가족같이 지낸 상인들의 점심저녁을 책임지는 전 사장은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사장의 연다래 식당의 시작은 생계유지였다. 남편이 직장을 잃으면서, 20년 전 생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이 식당에서 2명의 자식을 결혼시켰다. 그리고 상인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터가 됐다. 연다래 식당은 식사를 하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와 시장 이야기를 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전진숙 대표 / 이재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전진숙 대표 / 이재규

"대충은 못하는 성격이라 성심성의껏 준비하다보니 시장 상인분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요. 시장 상인분들이랑 오래 함께 하려면 건강도 챙겨야하니까 올해부터는 쉬는 날도 정하고 하려고요. 그런데 몸이 쉬라고 안 할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연다래’ 뜻이 나와있는 플래카드와  음식을 준비하는 전대표 / 이재규
‘연다래’ 뜻이 나와있는 플래카드와 음식을 준비하는 전대표 / 이재규

연다래라는 상호는 '일 년 내내 손님이 연달아 손을 잡고 쫄래쫄래 많이 많이 모여 드는 집'이라는 뜻이다. 시장을 터전으로 장사를 시작한 전진숙 사장의 초심이 담긴 상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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