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춥다. 손이 시리고 발이 아플 정도다. 배도 고프다. 방안이 냉골이다. 밖으로 나가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이른다. 이번 겨울은 더 춥고, 쓸쓸하고 우울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 이웃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겨울이 무서운 이들이 있다. 스스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일한다 해도 벌이가 여의치 않은 이들도 그렇다. 이들이 겨울이 두렵지 않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2022년도 대한민국의 예산 총액은 600조를 넘겼고 복지예산 200조 시대를 열었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복지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채 국가의 손길에서 벗어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적지 않다. 그들에겐 우리 이웃이 도와야 한다. 그래서 국가가 법으로 만든 성금 모금 법인이 있다. 사랑의 열매로 더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다.

사랑의 온도탑,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12월에 시작하여 다음해 1월 말까지 성금을 모으며 목표액의 1%가 채워질 때마다 1도씩 올라가도록 한 상징적인 온도탑이다. 올해도 서울 시청 광장에 12월 1일 설치되었다. 지방에서도 설치했다. 충북은 상당공원에, 충남과 대전 그리고 세종은 도청과 시청 광장에 설치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작은 정성이 모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기업의 기부로 채워지는 편이다. 매년 목표액을 초과 달성해왔다. 목표액을 작게 설정하고는 초과 달성했다고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이번의 모금 목표가 3700억이다. 최근 수 년 동안 4천억 원 이상을 모금해 왔으니 올해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우리의 경제 규모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기 그지없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 Charities Aid Foundation)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14개 국가 중 110위이다. 2년 전에는 57위라고 했다. 2019년에는 낮선 사람 돕기가 78위, 자선단체 기부가 38위, 자원봉사 활동이 53위였다. 그런데 2년 후에는 112위, 59위, 100위로 떨어졌다. 낯선 사람을 돕는 걸 꺼리게 되었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며 기부도 덜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댈 수도 없다. 코로나는 세계 모든 나라가 겪은 고통이다. 기부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2019년에 74.4%가 그랬는데 2021년에는 78.4%가 없다고 했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는 45.8%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35%는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가 12.2%를 차지한다. 내년에 발표될 우리의 기부지수는 더 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두렵기만 하다. 젊은이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많은 사람들의 경제 사정이 더 나빠질 거라고 연일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에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에 대한 무관심은 떨쳐버려야 한다. 이럴 때 사회 지도층의 기부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유명인들의 기부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부에 대한 무관심이 다소나마 해소되어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우리 이웃의 기부가 이어질 것이다.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학들도 기부금을 늘리려 무진 애를 쓰지만 오히려 20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는 보도다. 재정지원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기부금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지도층의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특히 정치권의 모습이 그렇다. 정치자금법 제12조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후원금의 한도는 1억5천만 원이다. 술자리 가짜뉴스를 협업한 모 국회의원이 후원금 모금이 마감됐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기부문화의 왜곡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며 나선 이들이 지금의 불신사회를 만들었고 또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들만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필부들이 정신을 차리고 세상에 밝은 빛을 살려내야 한다. 우선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를 돕는 기부에 손을 뻗어 동참해보자. 사랑의 온도탑이라도 달궈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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