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2006년 음력 설날

김용기 /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올해 1월 달력의 음력을 주의 깊게 본 사람들은 약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달력에는 1월 30일이 구정이라 적혀있고 어떤 달력에는 29일이 적혀있었을 것이다. 작년 한때 일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 달력에 구정이 30일로 입력되어 있어 혼란을 초래한 적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역(歷)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천문학적으로 29일이 구정이라고 서둘러 지적해주어 큰 불편은 없었다. 29일이 구정이라고 적혀있는 달력을 보면 음력 11월도 29일까지 밖에 없었는데 음력 12월도 29일까지 밖에 없고 바로 1월 1일 구정이 시작되는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음력날짜의 표기오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부 비공식적으로 제작된 만세력자료를 이용하여 만든 달력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국가에서 역법(曆法)을 관리하여 왔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역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매년 초가 되면 다음해의 기본자료인 음력과 양력의 날짜와 24절기, 기념일들을 수록한 월력요항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식적인 음력과 양력의 날짜비교를 위해 만세력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이들 자료를 이용하였다면 일부 달력, 휴대전화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오류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음력을 정의하는가? 음력에서 한 달의 결정은 달의 모습변화를 기준으로 한다.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여 있을 때가 그믐인데 이때를 합삭이라 한다.

달의 합삭 일에서 다음 합삭 일까지를 음력의 한 달이고 합삭이 들어있는 날이 음력 초하루가 된다. 한 번 합삭에서 다음 합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9.5일이다. 그래서 음력에서 한 달은 29일과 30일이 돌아가며 반복되게 된다. 그래서 음력의 달들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합삭 시각을 먼저 계산하여야 한다. 옛날에는 달과 태양의 운동을 매일 관측한 자료들을 분석하여 합삭 시각을 계산하는 수식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수리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태양계 가족들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다 이런 행성들의 위치, 특히 지구와 달과의 위치를 정밀하게 계산하여 합삭시각을 얻어낸다. 이런 계산에 의하면 2006년 음력 1월 1일의 합삭시각은 양력으로 1월 29일 23시 14분 30초가 되는데 그래서 그날이 음력 1월 1일이 되는 것이다.

보통 29일인 달과 30일인 달이 반복되는 규칙을 이용한다면 1월 29일이 음력 12월 30일이 되어야 하는데 음력 한 달의 천문학적 정의에 따라 12월 30일 날 합삭이 일어나므로 30일이 없어지고 음력 1월 1일이 되는 것이다.

달의 합삭시각의 결정은 그 나라가 사용하는 표준시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동경 120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음력을 사용하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추석과 설날이 가끔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가 9시일 때 중국은 8시가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각으로 합삭시각이 00시 00분 00초부터 00시 59분 59초 사이에 놓이게 되면 중국에서의 합삭시각은 그 전날 23시 00분 00초부터 23시 59분 59초 사이에 놓이게 된다. 합삭이 들어있는 날이 음력 초하루가 된다는 정의에 의하면 이 경우 합삭이 들어있는 날짜가 틀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설날이나 추석의 날짜가 하루차이를 보이게 된다.

1914년부터 2099년까지 계산을 해보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음력 설날과 추석이 다른 해는 추석 6번, 설날 9번으로 모두 15번 일어났다. 예를 들어 1997년 2월 8일 00시 06분 18초에 우리나라에서 합삭이 일어났으므로 그날 우리나라는 설날이었던 반면, 중국은 2월 7일 23시 06분 18초에 합삭이 일어났으므로 2월 7일이 설날이었다. 이런 현상은 2027년에 다시 일어나 우리나라는 2월 6일이 설날인 반면 중국은 2월 5일이 설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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