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은선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청주시 세정과는 올해 처음으로 가택수색을 10월부터 3회 실시해서 현장에서 2천600만 원을 징수하고 수십 개의 귀금속과 6개의 명품 가방을 압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체납 관리팀 6명 전체 인원이 동원된 것 치고는 적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현장 납부한 체납자 대부분은 수천만 원의 체납액을 수년간 단한 푼도 내지 않다가 가택수색 현장에서 일시 납부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분납하기로 서약서를 제출하였기에 그 실적은 결코 적지 않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는 "의무"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것이지"좋아서"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청주시 한 편에는 경공매로 전 재산이 넘겨진 후에도 한두 푼이라도 남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시민이 있다. 한편으론 양도한 재산의 세금을 단한 푼도 내기 아까워 지방소득세(양도소득분)을 체납한 후부터는 본인 명의의 부동산, 차량, 예금 등 어떠한 것도 소유하지 않고 가족명의로 재산을 취득하여 호의호식하는 시민이 있다.

청주시 어느 곳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인가?

서울의 38세금 징수과에서 하는 난도 높은 가택수색을 작은 조직의 세무공무원들이 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세무공무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첫발을 내디뎠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납세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작은 조직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세무공무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 경우에 성적이 중위권 학생이라면 4점짜리 킬러문제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최상위권에 진입하고자 한다면 4점까지 킬러문제 하나로도 며칠 밤을 씨름해야 한다.

세무공무원으로서 가성비를 따진다면 선량한 대다수 시민을 향해 빠르고 손쉽게 징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질적이고 악의적인 체납자 한 명을 두고 며칠 밤을 새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은 잠시 망각했을 뿐, 아니 잠시 몇 달 미루었을 뿐 회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경우 시세 징수율이 1% 올라갈 때 세수는 90억이 증가한다. 징수율을 1% 올리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징수율 우수 지자체들은 징수 전문조직을 강화해왔고 세무 담당부서 인원 비율을 전체조직 대비 늘려오곤 했다. 물론 그러한 조직들의 징수율은 청주시 징수율의 2~3%를 상회한다.

최은선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최은선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청주시 세정과는 주어진 환경을 초월하여 앞으로는 더욱 난도 높은 징수업무를 수행하려고 한다. 지금의 인력으로 4점짜리 킬러 문제를 하나하나 밤새워 더 풀다 보면 결국은 그 지식들이 쌓여 상위 1%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 한 사람의 킬러 문제에 대한 작은 도전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으며 대다수의 성실 납세하시는 시민들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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