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수성-'투사부일체' 탈환 관심속

이번 설 연휴에는 극장 스크린과 안방 TV 모두 한국영화 일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 스크린은 이미 ‘왕의 남자’를 선봉으로 ‘청연’과 ‘투사부일체’, ‘홀리데이’ 등 ‘made in korea’ 물결이 형성됐으며 지상파 방송사들도 기존 외화 중심 편성에 한국영화 비중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영화광들에게 안방은 극장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 이번 설 연휴 어떤 영화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들지 개봉영화와 화제의 영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금방 구워낸 군밤처럼 온기가 식지 않은 최신 개봉영화로는 설경구의 멜로 연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랑을 놓치다’가 있다. 배꼽잡게 만드는 코미디 ‘마파도’를 만든 추창민 감독의 작품이다. 고등학교 조정코치인 우재(설경구)가 10년 후 대학친구 연수(송윤아)를 만나 느끼게 되는 감정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영화 제목이 시사하듯 ‘사랑을 놓치다’.

남자에게 일이 생기면 열에 아홉은 ‘여자’ 때문이라는 카피가 눈길을 잡는다. 항상 늘 곁에 있었음에도 그 사랑을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한 후회와 추억과 진짜 사랑사이에서 진심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여자친구를 만난지 200일 후 이별을 통보받는 남자와, 과거에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여자의 이야기는 10년전 두 사람의 모습과 현재를 결합시키며 어긋난 사랑의 아픔을 공감케 한다. 그러나 깨진 사랑이 아니고 놓쳤던 그들이기에 재회의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그게 이 영화가 단지 아쉽거나 아프지만은 않은 이유다. 설경구라는 배우의 멜로 전환이 화제가 됐지만 여전히 그는 설경구 스러운 연기와 대사로 그다운 모습을 잃지 않는다.

설 연휴동안에도 식지 않을 거라 자신할 수 있는 영화는 인기 급상승 중인 ‘왕의 남자’가 있다. 각종 인물 분석과 정치적 해석까지 낳으며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영화, 왠지 심상치 않다.

좀 생뚱맞지만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이야기해보자. 스스로 창작이라 생각했던 극중 주인공. 결국 어린시절부터 자신을 사로잡았던 헐리우드 영화의 대사가 모여 한 편의 모조품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믿어왔던 신념과 위치가 일순간 무너지면서 주인공은 죽음의 길로 접어든다.

이 영화에서 광대는 잘못된 신념에 날까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서야 장생과 공길은 서로의 욕망을 내지른다.

이 영화는 10대에서 40대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유혹하며 대박을 예감케 했다. 몇몇 미디어는 공길의 성정체성을 운운하며 젊은 층의 ‘동성애’트렌드라 명명했으며 또 다른 매체에선 보수와 진보의 시각을 달리하며 정치적 비판의 날을 세우느라 바쁜 모습이다.

보통의 사극과 달리 스피드한 진행과 캐릭터의 특징도 이 영화의 흥행 요소중 하나. 빠른 호흡과 거침없는 진행, 캐릭터의 희화화가 극의 재미를 보탰다는 설명이다.

생각 없이 무작정 웃고 싶다면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들어진 ‘투사부일체’가 있다. 조폭이 학교에 간다는 신선한 설정과 이들이 사학 비리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얼핏 사학비리에 대한 세태를 풍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지만, 무리수는 금물. 이 영화 과도하게 웃기려다 오히려 과잉 웃음을 유발했다. 흥행 부담이 각종 욕설과 폭력으로 얼룩진 코미디를 낳고 말았다. 지금 영화판에선 포지티브적인 코미디보다 네가티브적인 방법이 시쳇말로 ‘먹히는’ 혈실이기 때문이다. 자잘한 생각을 비워내고 싶다면 선택해볼 법 하다. 그러나 여러 영화를 패러디한 이 영화, 신선도 만큼은 장담할 수 없다.

한편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홀레데이’도 실망과 기대를 교차시키며 당분간 설 연휴 극장 상위 선택권 안에 남아 있을 것로 전망된다.

지강혁 역을 맡은 배우 이성재에 대한 각종 격려와 감동의 댓글이 달리면서 이 영화 슬픔으로 분노를 삼키게 한다. 호흡이 길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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