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솔로들은 외롭다. ‘없는 스케줄’도 만들려 해 보지만 여행이다 집안일이다 이유 있는 친구들 다 빠지고 나면 혼자된 설움에 방바닥만 긁게 된다. 설 연휴 특집 편성된 TV영화도 웬만한 것들은 이미 다 봐서 시큰둥하다. 어떻게 보낼까? 이왕 집안에 있기로 했다면 영화 여행을 제안한다. 가까운 시간여행은 매력없다. 상품성과 흥행은 뒤로하고 ‘얘기 좀 된다’는 영화에 관심을 가져보자. 영화가 탄생한 1895년 이후 영화는 변화에 변화를 거치며 다양한 시각매체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그 과정엔 독일 표현주의와 기록영화, 서부극과 네오-리얼리즘, 공포영화와 컬트라는 이름이 있었다. 영화사 100을 넘기는 동안 화제가 됐던 몇 작품을 추천한다.

▶북극의 나누크와 전함 포템킨

카메라는 때로 어떤 연구서나 선언문보다 훌륭하다

로버트 플래허티라는 미국 감독, 광물학자이면서 탐험가이기도 했다. 1920년 에스키모인의 생활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 에스키모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수많은 필름을 소모했던 그다.

영화 ‘북극의 나누크’(1922)는 극영화와 비 극영화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중요한 출발선을 그었다. 픽션으로 출발했지만 환경에 대응하는 인간의 생활은 현실 그 자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이야기형식의 편집과 영상을 통해 줄거리를 읽게 한다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에 위협받고 있는 에스키모인들의 실제 삶을 통해 감독은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영화사 최초의 사실주의자로 평가되는 감독의 비 극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플래허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카메라는 때로 그 어떤 연구서보다 더 훌륭하게 인류학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에이젠쉬테인은 1세기 영화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으로 기록돼 있다. 무성영화의 흐름을 정리하고 예술과 선동으로서의 영화 역사를 개척한 주인공이기도하다. 특히 그의 두번째 영화인 ‘전함 포템킨’(1925)은 세계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후세 감독들의 훌륭한 텍스트가 됐다.

1917년 볼세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정부는 영화 산업을 통제했다. 그리고 당시 영화는 민중을 가르치고 계급의식을 고취시키기위한 선동 매체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 역시 짜르 정부에 대항해 일으켰다 실패한 1905년 혁명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이 영화는 편집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다.

계단 위에서의 기계적인 살인과 신호를 기다리는 배 위의 긴장감 등 내용뿐 아니라 편집 방법도 혁명적인 영화로 지금도 많은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오마쥬 하는 장면이 적지 않다.

▶품행제로와 400번의 구타

기숙사 영화의 효시를 꼽으라면 단연 ‘품행제로’(1933)다. 간혹 TV드라마와 후배 감독들은 영화 제목을 차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와 함께 이 영화도 그렇다. 반항적 청소년 영화의 고전으로 통하는 이 영화, 자유에 대한 외침과 어른들의 허위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교사로 대표되는 기성 세대의 권위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지금의 많은 청소년 영화들과 다를 바 없다. 어린시절 불우했던 가정환경에서 자란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영화 제목은 선생님들의 규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받은 점수를 상징한다.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거친 묘사로 당시 상류사회 모독죄로 상영이 금지됐던 영화지만 26년이 지난 후 프랑스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1959)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프랑스와 트뤼포 감독 역시 소년기의 불행했던 기억과 영화광으로서의 추억을 더듬으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빠리에 사는 13세 소년 앙뜨완느 드와넬은 감독의 분신이기도 하다. 비록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지만 이 영화 불행했던 과거를 드러내고 고백하며 자기 치유의 과정에 이른다.

1958년 당시 프랑스 한 언론은 기승전결식의 구성에서 벗어나 저항과 변화를 담고 있는 영화 감독들을 일컬어 ‘새로운 물결’, 즉 누벨바그라 칭했다. 누벨바그의 거장으로는 트뤼포와 장뤽 고다르가 대표적인데 이 영화는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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