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웅기 청주시 기반성장과 주무관

2022년 1월 1일을 맞이할 때, 먼저 2022년이란 사실에 놀랐고, 나아가 뭐 한 것도 없는데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에 아쉬웠던 마음이 컸다. 여기에 그 마음 외에 내가 생각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마음속에 계획이란 것들 자체는 세웠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또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그때 무슨 생각과 계획을 가졌었는지의 기억조차 흐릿한 느낌이 든다.

계획을 세우고도 그대로 이루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하게만 세웠을 거라고 그때의 나를 나름 추측해 본다. 그때의 나의 생각을 추측으로만 어림잡아 봐야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마음으로 진하게 남는다.

나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 중 소수의 경우에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평범한 하루하루의 기록이 될 수도 있고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던 날의 특별한 느낌의 기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들을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타인들에게도 공개하는 방법으로 기록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체가 발달한 현재에는 앞서 일기를 쓰는 경우보다도 많을 듯하다.

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자신의 감정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인생 자체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자산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내렸던 판단들에 대해 복기를 할 수 있는 오답노트로써도 기능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에 따르면 인간은 머리로 기억한 내용의 80%를 일주일이면 망각한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은 얼마 전까지 공부한 내용이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나 무언가 여러 사람이 함께 경험한 내용을 혼자만 기억 못 한다거나 할 때 쉽게 경험된다. 게다가 사람은 늙는다 그렇기에 기억력도 계속 떨어질 것이다.

삶은 시간의 단위로 계량하여 인식되지만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는 삶은 사건의 연결체라고 한다. 우리는 시간을 시계에 표시되는 숫자로 바라보지 않는다. 일례로 많은 직장인들에게 12시간은 점심시간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의 시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고, 유럽 축구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게 새벽 5시는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일어나는 순간의 시점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토요일 일요일의 10시 30분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본방사수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의미가 되는 것이다.

박웅기 청주시 기반성장과 주무관
박웅기 청주시 기반성장과 주무관

그렇기에 모든 사건이 크게 다가오는 어린 시절은 사건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정말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라면 노년의 삶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몇 장 적히지 않는 재미없는 기록물이 되기 십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하나하나의 사건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기억이고 기억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기록이지 않을까.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을 시작하며, 나는 나름대로 기록을 조그마하게 해보려고 한다. 내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2023년을 마무리할 때 지금의 나의 생각을 추측하지 않아도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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