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지난 26일 퇴임식을 갖고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와 관련, 지역 언론들은 ‘한 부지사가 道伯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다’는 식으로 제목을 뽑았다.

익히 알다시피 ‘도백’과 ‘도지사’는 거의 같은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도지사’는 정식 행정용어인 반면 ‘도백’은 나이가 많은 층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도백과 도지사,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도백’은 한자식 표현으로 ‘길 道’(도)와 ‘맏 伯’(백) 자를 쓰고 있다. 이중 ‘伯’자는 ‘우두머리’ 뜻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도백’을 문자대로 풀면 ‘도의 우두머리’ 정도가 된다.

매우 권위적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미심쩍으면 ‘백씨’, ‘백자’라는 어휘를 생각하면 된다. 공통적으로 들어간 ‘백’ 자 역시 한자 ‘伯’을 쓰고 있고, 그것의 순우리말 뜻은 ‘맏형’과 ‘맏누이’다.

‘도지사’는 ‘도백’보다 다소 복잡하다. 앞말 ‘도’가 한자 ‘道’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문제는 뒷말 ‘지사’다. 익히 알다시피 ‘도지사’ 할 때의 ‘지사’는 한자 ‘알 知’(지) 자와 ‘일 事’(사) 자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 왔고 또 무엇을 뜻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사’라는 표현 속에서 어떤 권위나 벼슬의 이미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외지만 오늘 문제 ‘도지사’ 할 때의 ‘지사’는 불교에서 출발한 말이다. 과거 절집안에서는 절의 살림을 주도적으로 도맡아 하는 사람을 ‘지사’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도지사’는 ‘도의 살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도백보다 덜 권위적이고 훨씬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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