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지키는 길… 경제논리 떠나 아낌없는 지원 필요"

윤창규 충주의료원장
윤창규 충주의료원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의료원은 1937년 도립 청주병원 충주분원으로 개원한 이래 2005년 충청북도 충주의료원으로 바뀌기까지 85년 간 충북 북부지역의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역할에 충실했다.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특성상 의료진 확충과 경영 문제 등 각종 면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의료시설이 열악한 이 지역 서민들의 건강과 생명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지난해 6월 해제되기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본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활로를 찾아 공공의료서비스에 노력하고 있는 윤창규(68) 충주의료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기로 한다.

충주의료원은 지난해 7월 잔여임기를 1년이 넘게 남겨둔 김종수 원장이 사임하는 등 전임 원장 3명이 연속 중도하차하는 사태를 맞으면서 조직 내부에서 동요 조짐이 일었다.

또 전임 원장의 밀어붙이기식 독단적인 업무 추진으로 병원 집행부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 바닥인 상태였다.

지난해 5월에는 대형화, 전문화를 통해 2030년까지 최상급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비전선포식을 개최했지만 불통 경영으로 노조와의 갈등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충주가 고향인 윤창규 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윤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무엇보다 직원들과 소통과 협의를 통해 구성원들 간 신뢰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뒀다.

노조 집행부와 만나 상생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면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했고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도 노력했다.

규모확장 보다는 내실을 위해 일단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기로 하고 의사와 간호사 확보에 적극 나섰다.

윤 원장이 취임할 당시, 의료진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는 의료진 확보에 적극 나서 폐쇄할 지경에 이르렀던 신경과와 안과에 의사를 확보하고 의사 1명이 근무했던 응급실에도 전문의 3명를 추가로 충원해 지난해 11월부터 365일 24시간 응급실 전문의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응급실에 5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감염병 전담이나 심혈관내과 등에는 의료진이 부족해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의사와 간호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원은 필수 의료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진료성과급 제도 개편과 보수체계 유연성 확대, 공공간호사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우수 의료진 유치를 위해 28억 원을 들여 직원숙소 증축사업도 추진 중이다.

윤창규 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공의료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공공의료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전쟁을 대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국방과 같다"며 "공공의료기관을 방만하게 운영해서는 안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성이나 생산성만 보지 말고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주의료원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의료역량 확대를 위해 주요 현안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심뇌혈관 및 재활의료 수요 증가에 맞춘 원활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57억 원을 들여 심뇌혈관센터 및 재활치료센터를 신설 중이다.

감염병 질환자로부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9억 원을 투입, 감염병 전담 외래진료 환경 개선에 나선다.

현재 사업비 109억 원을 투자해 재활병상 41병상과 호스피스 병상 10병상,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 3병상 등 총 54병상 병동을 건립 중이다.

또 응급실 기능 강화가 요구됨에 따라 13억 원을 투입해 응급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8개 병상을 확충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의료진 충원이나 시설 개선과 함께 의료원 전체 구성원들에게 친절과 정성을 강조하면서 진료분위기를 바꿔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병원의 고객은 환자들인 만큼, 이들이 의료원 구성원들을 신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충주의료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하다가 지난해 6월 해제되면서 일반진료를 정상화 했지만 코로나 이전 90% 이상을 기록했던 입원률이 현재는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의료원 측은 코로나19 병동 운영으로 인해 제한적 치료에 나섰던 것이 입원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보고 일단 입원률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윤 원장은 이를 위해 자신이 직접 주민들과 만나며 홍보와 신뢰 구축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청주시의사회장과 충북도의사회장, 충북자원봉사센터 회장, 청주지방검찰청 의료자문위원장, 외국인자원봉사단장 등을 역임한 윤 원장은 평소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충주의료원장 취임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충주지사의 일일명예지사장을 맡아 공단의 업무를 직접 체험하고 충주시지체장애인총연합회가 주관한 장애인 의식개선 교육과 충주시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미래여성학교에 강사로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주의료원은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하고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 주관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2022 건이강이 공공의료원상'을 수상했다

또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도 A등급을 획득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진단검사의학재단에서 주관한 '우수검사실 신임 인증평가'에서도 16년 연속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충주의료원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공공의료 선도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신뢰받는 병원'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최고 수준 공공병원 ▷공공의료 선도병원 ▷환자중심 안심병원 ▷고객중심 행복병원, 4개의 전략으로 전략목표별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윤창규 원장은 "공공의료는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질병과 사고로 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으로 경제논리에 의해 운영되는 민간사립병원들과 공공병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나 이익을 기대하지 않고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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