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현진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사례연구를 위해 빈곤 가정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청소를 안 해 고양이 배설물과 섞여 지내거나, 책상이 없어 비대면 수업을 바닥에서 하고, 방이 없어 거실에서 자다가 화장실 가는 오빠들 때문에 깨고, 폭우에 비가 새서 감전 위험이 있고, 목욕시설이 없거나, 집안 곳곳 거미줄과 곰팡이가 있는 집 등 10가구 중 9가구 아이들의 주거환경이 좋지 않았다.

연구를 위한 방문이었지만 결국 우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아이들의 집을 고쳐주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해 이 글을 이어가게 된 것이 더없이 기쁘다(귀한 지면을 내어 준 중부매일에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이미 여섯 번의 연재를 통해 아동에게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충분히 설명되었기에, 이번에는 우리 지역에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동주거지원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모든 아동에 대한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동을 주거복지의 주요 대상으로 인정하고 가족 특성을 고려한 최저주거기준 집행력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4인 가족이 43㎡(약 13평) 정도의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는 최저주거기준은 '아동이 살만한 집'의 기준에 못 미치고, '주거복지' 관련 조례는 60여 지역에서만 제정되어 있을 뿐이다(충북은 청주시에만 있다). 아동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관련 입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 대해 적정한 주거환경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강력한 집행력, 즉 강제력 있는 법적 수단과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아동주거비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가구원 수에 따라 주거급여를 일정 금액 지급하고 있어 적절한 주거권의 실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여 서울시와 시흥시 등 일부 지자체는 아동주거빈곤가구에 대해 주거급여에 아동주거비를 가산하여 별도로 지급하고 있으므로 우리 지역에서도 아동이 헌법에서 말한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아동주거지원 제도는 아동 의견을 반영한 주거실태 조사를 필요로 한다. 주거실태 조사는 지난 12월 22일 최은희 박사의 기고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가정의 소득수준, 아동의 연령, 성별, 장애 유무 등을 고려한 주거실태 조사를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아동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이를 근거로 지원 대책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아동의 독립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방문가정 대부분이 아동만을 위한 독립적 공간, 아동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가구, 책상, 의자, 교구 등이 없었다. 독립된 공간은 성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의 아동에게 필수이기 때문에 최저주거기준에서는 6세 이상이면 부모와 분리하여 방을 사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혼자서 방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함께 방을 쓰는 부모나 조부모도 독립된 공간을 갖지 못한 것을 뜻하므로 아동의 주거권 실현을 위한 지원은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지원으로 확장하여야 한다.

다섯째,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은 집에서 벌레나 쥐가 나오고 전기선이 노출되거나 잠금장치가 없어 불편하고 불안해했다. 더욱이 농촌의 노후 된 집은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난다. 좁은 주거면적, 불량한 위생 상태, 안전사고 위협, 범죄피해 위험 대비 등에 대해 매우 시급한 해결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아동주거권에 대한 보호자와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은 집의 호화로움보다 보호자 등 가족 구성원의 태도가 아동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아동의 주거권 실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도 실제 이를 적용해야 하는 보호자의 태도가 결정적이므로 보호자가 아동의 개인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들의 삶이 열악한 주거로 인해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강제력 없는 기준 선정만으로는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아이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없으므로 어른들 위주의 정책 결정 한계를 넘어 '모든 아이가 모두의 아이'라는 아동복지 정책의 중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권리로서 아동의 주거권을 인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