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덕호 / 미디어연대 사무처장

퍼블릭액세스(Public Access). 참 어려운 단어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퍼블릭액세스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채 담아내하지 못하는 곤란함이 있다. 또한 퍼블릭액세스가 도입되기 전 방송국에서 ‘요절복통 시청자비디오’나 ‘공개방송프로그램’ 등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와서 그런지 적절하지 않기도 하다.

그렇다고 퍼블릭액세스라는 외래어를 그냥 쓰기도 뭔가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퍼블릭액세스를 단어 그대로 풀어보면 ‘퍼블릭(Public)’이 ‘액세스(access)’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어디에? 미디어에! 다시 말해 ‘일반시민이 미디어에 쉽게 접근해 자신들의 삶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퍼블릭액세스이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미디어는 소수에게 집중되어갔고 미디어에서 사회적 약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 사항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미디어가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퍼블릭액세스는 이런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일반시민들이 미디어에 접근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웃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퍼블릭액세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퍼블릭액세스라는 낯선 단어가 소개되고 국가정책으로 도입된 것은 2000년 벽두였으니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도입 초기인 2000년엔 참 많은 사람들과 시민단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 높은 관심과 참여는 어디로 갔는지 아쉽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퍼블릭액세스는 ‘물구나무 섰다’고 표현할 수 있다. ‘밑으로부터의’ 퍼블릭액세스가 보편화 되어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퍼블릭액세스는 진보적인 방송학자나 미디어운동단체의 노력으로 ‘위로부터’ 도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공중파방송의 퍼블릭액세스프로그램인 KBS ‘열린 채널’이 가장 활발하다. 하지만 정작 그 기초가 되어야할 지역케이블의 퍼블릭액세스는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다양한 실험들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의 퍼블릭액세스 운동을 이끌어온 세력은 주로 미디어운동가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초기라서 전문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도 훌륭하지만 운동진영에서 대중화에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반시민들은 퍼블릭액세스라는 단어마저도 매우 생소하게 생각할 것이다. 대중운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두 번째로는 활성화에 책임이 있는 정책당국의 인식부재와 정책미비라고 할 수 있다. 퍼블릭액세스는 이념에서부터 체계까지 기존 방송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퍼블릭액세스는 기존 방송을 단지 축소해 놓은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심의 문제는 기존방송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해 도입해 놓고 기존의 맞지 않은 잣대로 재단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원인은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물론 미디어센터운동이 활발하게 전개 되면서 미디어센터가 속속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절대 부족하다.

퍼블릭액세스. 참 어려운 어려운 운동이다. 하지만 퍼블릭액세스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를 생각해보면 참 가슴 벅찬 운동이기도 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마다 미디어에 쉽게 접근해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보자. 지금과 같이 거대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과는 정말 다른 세상이 될 것 같지 않은가?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퍼블릭액세스 운동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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