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지원기획과장

1월이면 과수농가에서 꼭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과수원에 키우고 있는 나무를 전정하는 일이다. 전정은 나무를 원하는 형태로 키워 원하는 위치에 과일을 착과시킬 수 있는 기초가 되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을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전정가위 등 작업도구에 묻어 있던 병원균을 다른 과원이나 옆 나무로 옮기지 않도록 소독을 하는 것이다.

많은 병원균 중 한번 발생하는 과수원을 폐원시켜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과수 화상병이 있다. 과수 화상병은 세균으로 주로 줄기나 굵은 가지 궤양 등 병환부에서 월동해 이듬해 봄철 활성·증식되어 끈적끈적한 액체 형태로 나무 밖으로 유출된다.

이후 곤충이나 비·바람이 매개가 되어 꽃이나 새 가지로 전파되고 뚜렷한 증상이 나오기까지 감염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전파 경로를 차단하는 첫걸음으로 겨울철 전정 시 부란병, 역병, 줄기마름병, 겹무늬썩음병 등 유사 증상을 보이는 병반이나 궤양을 찾아 제거해 주면 병 발생 밀도를 낮출 수 있다.

과수 화상병은 대개 사과에는 5월 초순 발생을 시작해서 8월 초순까지, 배는 봄부터 10월 하순까지 연중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비 내리는 시기 즉 식물체 내 양·수분이 많아지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전 세계 55개국에서 이미 발생이 확인되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에는 2015년 7월 제천시에서 처음 발생이 확인되었고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어 2022년에는 충주, 제천, 진천, 음성, 괴산, 단양 등 6개 시군으로 확대되어 103건 39.4ha에 피해를 주었으며, 작년에는 청주에서 가까운 진천군 백곡면과 괴산군 괴산읍 등에서 발생하여 점차 남쪽으로 확산하는 추세이다.

다행히 청주에서 그동안 철저한 예방을 통해 남부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고 있는 형국이어서 청주시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도내 시군에서는 사전 방제조치 이행 행정명령으로 모든 사과·배 재배농가에 대해 과원 지번과 면적, 재배작목, 식재 연도와 주수, 소유자 등의 신고를 받고 있다. 이는 재배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화상병 발생 시 신속 대응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예방 약제 공급과 사전예찰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지원기획과장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지원기획과장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충북농업기술원, 청주시농업기술센터 등 많은 기관에서 과수 화상병 예방을 위해 교육 이수 의무, 작업도구 소독, 방제 약포 살포, 겨울철 궤양 제거 등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고, 지속적인 교육과 사전조사(예찰), 공동방제 약제 공급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현장의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사과·배를 재배하는 농업인의 노력과 적극적인 동참이 제일 중요한 시기이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19도 이제 끝이 보이듯 과수재배 농업인과 많은 유관기관과 노력과 협업이 과수 화상병 확산을 끝낼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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