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경기침체로 소비 위축… 상인 "대출이자만 2배 올라"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1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이 명절 성수품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동빈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1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이 명절 성수품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전통시장 상인들이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1일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은 평소보다 활기를 띈 모습이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명절 성수품을 파는 좌판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활기찬 시장 풍경 이면에는 명절 대목에도 웃지 못하는 상인들의 어두운 표정이 자리했다.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내 한 금융기관에 연 5.5% 이율의 예금상품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신동빈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내 한 금융기관에 연 5.5% 이율의 예금상품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신동빈

수산물 가게 상인 A씨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오는 것은 맞는데, 예년처럼 선뜻 물건을 짚지 않아 답답하다"며 "경기가 어렵다보니 시장 매출도 크게 오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상인 B씨도 "손님들 돈 쓰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며 "명절이 되도 다 여행을 가고 제사를 안 지내다보니, 명절에도 웃을 일이 잘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하락세에 접어든 시장의 전망은 올해도 그리 밝지 않다. 바뀌어버린 명절문화는 매년 매출감소를 부추기고 있고, 고금리로 인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는 소비자의 주머니를 닫게 만들었다.

특히 금리상승은 시장상인들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시장 내에 위치한 금융기관에서는 예금 금리 5.5%를 보장한다는 상품 현수막이 내붙을 정도로 체감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금금리보다 높은 대출금리는 상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1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서 한 상인이 오후 매출을 살펴보고 있다. 이 상인은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설 대목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빈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1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서 한 상인이 오후 매출을 살펴보고 있다. 이 상인은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설 대목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빈

옷가게 상인 C씨는 "지난해까지 대출 이자로 80만원 내던 것을 2배 넘게 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상인도 "몇 만원 내던 게 10 단위로 올라갔다"며 "대목장사로 번 돈을 이자로 내야 되니 영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성낙운 육거리상인회장은 "설 대목을 기대하곤 있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됐다"며 "공산품 같은 제품들은 적자가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육거리시장은 명절에 농·축산물을 최대 2만원까지 할인해주는 행사를 준비하는 등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인만큼 시장을 많이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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