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상종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 청주시청 복지정책과 주거복지팀장

길가에서 우는 아이에게 지나가는 어른이 "아가 너희 집 어디니? 라고 묻자 아이는 "저기가 우리 집이예요." 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에게 집은 가족과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집이라고 표현한다.

아이는 집에서 가족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밖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고 미래의 꿈도 생각한다. 생존과 성장의 시작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새싹이 물과 햇볕 그리고 농부의 발이 부지런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아직 여린 아이에게도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어른들이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중에 아이의 우리 집은 안전하고 편안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어른들의 세상에서 보면 아이의 꿈과 미래가 어른들의 중요한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고 또 첨단 기술력으로 예측가능한 일들이 많아지면서도 또한 기상이변과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순식간 번지는 신종 유행들처럼 예측불가능 일들도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도 먹고 입고 자는 것은 여전한 일상이다. 어른들의 세상이 급변할수록 아이들도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고 때로는 두려움과 움츠림은 심해질 것이다. 아직은 독립적이지 못하고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세상에서 아이들이 희망하고 안전해야 할 우리 집은 잘 보장되고 있는 것인가 지난해 10월 4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이하여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주관으로 '아동 주거권 보장 네트워크 간담회'가 있었다. 그리고 12월에 충북연구원, 충북주거복지센터사회적협동조합,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청주시주거복지센터, 청주대학교 등 학계, 연구기관, 주거복지 현장 실천가 등과 청주시로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지역의 아동 주거권에 대한 실태와 이슈, 필요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는 집에서 아동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그리고 아이들이 희망하는 생각들이 권리로서 실질적 보장되는 정책들을 논의할 것이다. 아동 주거환경 상황과 사례, 진행 중인 학대피해아동의 주거개선사업에 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아동주거빈곤 대한 이해를 넓히고 대책도 협의한다. 아동주거빈곤은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닌 그간 소홀한 영역이다. 주택공급 우선정책 기조 속에서 아동을 가족 중 구성원 1명으로만 보는 측면과 획일적인 연령이나 성별분리로 방의 갯수를 계산하는 방식도 아동주거빈곤을 심화시켰다. 아동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이해하지 못한 단순한 접근방식이다.

지난해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동 집 주거개선사업을 처음 시도하면서 그 심각성을 볼 수 있었다. 청주시와 어린이재단 청주사회복지관,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과 충북주거복지센터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피학대아동 원가정 주거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아동의 방을 꾸미고, 개보수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사를 하여 방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완전한 안전이 보장되고 또 상처가 아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이의 의견을 반영한 물리적 변화가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자신감과 다시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로 시작하였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격언이 있듯이 아이의 방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예쁘고 튼튼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족 내에 성별이 다른 형제자매가 있는지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그리고 가족구성 유형 등에 따라서 여러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하다. 건축과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아동 심리전문가의 개입도 필요하다.

집은 고쳐도 이사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기존에 적응했던 공간과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며 또 이웃과 친구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부모나 보호자가 아동의 생각을 잘 대변하고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아동가정의 주거상향와 주거지원에 있어서는 반드시,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예를 들어 아동 방 벽지의 색깔, 이사가고 싶은 동네의 모습 등) 아동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에게 맞는 신발과 옷이 필요하듯 집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의 우리 집이 지금 적정하고 편안한 공간인지 살펴볼 때다.

이상종 청주시청 복지정책과 주거복지팀장
이상종 청주시청 복지정책과 주거복지팀장

바쁘고 복잡하고 많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던 길을 잠시 멈춰보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 청주시에는 '청주시 주거복지 지원 조례(2018)'와 '청주시 저장강박증 의심가구 지원 조례(2020)'가 있다. 앞서 주택공급 위주정책속에서 아동의 우리 집에 대한 기대가 소홀했듯이 두 조례에 아동 주거빈곤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이 없다. 이번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의 연구와 활동이 청주시 아동주거빈곤 개선과 아동 주거권에 대한 이해와 지원정책이 만들어지는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