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만 밥 한 숟갈을 국그릇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올려 놓아주는 반찬은 고춧잎을 말렸다가 썰어 말린 무우와 함께 간장에 버무린 장아찌다’. (방영웅의 ‘분례기’ 중에서)

우리는 말리거나 절인 남새를 간장, 된장, 고추장에 담가 두었다가 맛이 든 다음 먹는 밑반찬을 ‘장아찌’라고 부른다. 그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 무장아찌, 오이장아찌, 마늘장아찌, 오가리장아찌 등이 있다.

‘장아찌’, 어디서 온 말일까. 오늘 문제를 풀려면 김치의 고어인 ‘짠지’라는 어휘를 복습해야 한다. 전에 ‘짠지’는 ‘짜다’ 할 때의 ‘짠’에 ‘김치’의 고어인 ‘지’가 결합된 말이라고 설명했다. 즉 ‘짠 김치’라는 뜻이다.

오늘 문제 ‘장아찌’도 이와 관련이 있다. ‘장아찌’ 할 때의 ‘찌’는 김치 고어 ‘지’에 된소리 현상이 일어난 경우다. 그렇다면 ‘장아찌’는 ‘장아’와 ‘찌’의 결합어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앞말 ‘장아’가 무엇을 뜻하고, 어디서 왔느냐는 점이다. 정답을 미리 말하면 ‘장아’에는 한자와 순우리말이 반반쯤 섞여 있다.

부엌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 부엌에는 지금도 밑반찬으로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이 준비돼 있다. 바로 이때의 ‘장’은 한자 ‘醬’에서 온 말로, 발효식품을 의미하고 있다.

‘장아찌’ 할 때의 ‘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까지 진행해도 가운데 ‘아’가 또다시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 경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때의 ‘아’는 이른바 처소격 조사로, 오늘날의 ‘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오늘문제 ‘장아찌’는 ‘장에 담근 김치’라는 뜻이 된다. 장아찌의 제작과정과 성질을 실감나게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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