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소중히 여긴 아내 뜻 받들어 지역사회 희망 전파"

제목을 입력하세요.

"곱고 희던 그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이 노래는 가수 김광석씨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평생을 함께 부부로 살아온 남편이 먼저 떠난 부인에게 아픈 마음을 이야기한 듯 구구절절하다.

혼탁해가는 부부관계의 중요성과 일깨움을 주는 노랫말이어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 가사처럼, 부인에 대한 '무한 사랑'을 펼치고 있는 70대 한 노신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윤종섭 제천문화원장.

특히 추억을 엮은 시집을 발간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 원장. 제천지역 향토문화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 봤다.

 

윤종섭 제천문화원장.
윤종섭 제천문화원장.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고(故) 김기숙 전 제천시청 미래전략산업단장.

그는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의 부인이다.

김 단장을 소개하자면 2016년 7월 제천시청 일반행정직 여성 공무원 최초로 국장급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특히 평생학습팀장 재직 시절 '인재육성장학기금 100억원 조성' 목표를 달성하는 등 제천시인재육성재단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유명하다.

김 단장은 지난 2017년 12월 뇌종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그는 숨을 거두기 전 "장학금 기탁"을 유언으로 남겼다.

부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윤 원장은 2018년 인재육성재단을 찾아 1천80만원을 전달했다.

이 돈은 고인의 1년치 공무원퇴직연금 전액이다.

앞서 2018년 6월에는 1억원을 희사하기도 했다.

다음해인 2019년에도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난 동짓날에 맞춰 '장학금 대행 기탁서'라는 손 편지와 함께 장학금을 전달했다.

아내의 숭고한 유지를 받들어 실천하는 모습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윤 원장 역시 김 단장과 함께 제천시청 공무원 출신이다.

1980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32년간 문화공보실장, 문화관광과장, 기획담당관, 미래경영본부장, 행정복지본부장, 행정복지국장, 경제건설국장을 거쳐 2011년 7월 말 명예퇴직했다.

윤 원장은 "아내는 공직 40여 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썼다. 평소 나눔 사랑을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아내의 고귀한 유지를 받들어 약속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퇴임 후 제2대 한방바이오진흥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재임 당시 의병의 고장 한방도시 제천을 알리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제천의병제 행사 특화로 의병을 문화콘텐츠화 하는 등 보존에도 앞장섰다.

제16대 제천문화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9년이다.

그는 문화원장 취임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화환대신 쌀 120여포를 받아 복지관 및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등 기부 활동에 앞장서 왔다.

또 세명대지역문화연구소, 제천교육청, 청소년문화의집 등과 MOU를 맺어 행사의 격을 높였다.

시민이 화합할 수 있는 문화학교 강좌의 견실한 운영으로 전통을 지키고 문화적 갈증을 느끼는 시민들을 위로하며 함께 교류했다.

제천과 시민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부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사진에 담아냈다.

윤 원장은 김 단장을 떠나 보낸 후 매 주기별로 사진집을 출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다섯 번째 사진집 '의림지가 전해주는 무정설법'을 출간했다.

아내에게, 봄이야 꽃이야, 제천이래요, 빛의 두 얼굴 밝음과 어둠의 사진인문학 등 4권의 인문학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아내를 위한 칼럼집'인 셈이다.

또한 코로나 시기에 시민 및 주변인들을 위로하며 마음을 나누기 위해 200여 작품들을 모두 유치원, 어린이집 등 시민에게 기증했다.

윤 원장은 제천문화를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늘 의병의 도시 제천을 강조한다.

제천문화원은 제천시민회관 민간위탁, 제10회 청풍명월 황금종을 울려라, 공연과 함께하는 문화유적답사, 청소년 문화유적답사, 제천문화학교 운영, 제4회 3.1절 문화나눔행사, 제천의병묘소 새단장 사업, 제11회 제천문화원 전시회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게 제천의병묘소 새단장 사업이다.

제천지역에는 20기의 무명 의병묘가 있다.

윤 단장은 매년 2번씩 이 묘소를 찾아 벌초 및 비석을 세우고 있다.

의병도시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어느덧 10년째다.

대표적인 사업이 정운경·박여성 두 애국지사의 묘소 정비다.

정운경(鄭雲慶1861~1939) 애국지사는 송강 정철(松江 鄭澈)의 후예로 충청북도 제천 금성 월림리에서 태어났다.

문집은 '송운집(松雲集)'이 있고 묘소는 제천 금성면 월림리에 있으며,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박여성(朴汝成, 成烈,1860~1908) 애국지사는 1908년 10월 13일 충주 달천에서 일군과 교전 중 전사 순국했다. 묘소는 봉양읍 공전리에 있으며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비석이 없어 누구의 묘소인지도 알 수 없던 애국지사들의 묘에 비석을 세우며 뿌듯함을 느꼈다"며 "앞으로 타 지역에 소재하는 제천의병관련 묘소도 새단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