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오혜자 / 초롱이네도서관장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 활동을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은 이러한 소박한 마음들이 가감 없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초롱이네도서관은 가정을 개방한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하여 마을의 어린이도서관으로 자리잡아나가고 있는 민간어린이도서관이 갖는 하나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9년 초롱이네도서관을 꾸릴 당시 청주시에는 충청북도 도립중앙도서관이 유일한 도서관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생활공간 안에 작은 도서관을 꾸린 것이 초롱이네도서관의 시작이지요. 약 천권 정도의 어린이 책을 거실에 내어꽂고 문 앞에 도서관이름표를 붙여 놓으니, 머뭇머뭇 한 두 명의 꼬마들이 기웃거리다 이내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서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의 어른과 아이들이 적은 양의 책이지만 서로 권해주기도 하고 예약도 하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도서관이라는 문화공간이 조금씩 일상생활의 한 자락을 차지하게 된 것이지요. 가까운 곳에서 뿐만 아니라 먼 동네에서도 아이를 업고 걸리고 오는 어머니들이 늘어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어린이도서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통나무집에 어린이도서관을 꾸미게 된 것도 이러한 주위의 바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아이들이 도서관에 들어와 책들을 손으로 만져 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도 무언가 자신의 역할을 한 듯 싶었지요.

이렇게 어린이도서관을 만든 사람들은 이 공간을 통해 비로소 어른과 아이가 대화하며 서로 성장하는 관계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대학입시와 관계된 목록에 매여 있고 학원시간에 맞추느라 항상 마음이 조급한 아이들에게 숨을 쉴 수 있는 사각지대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현실감각 없는 어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민간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데에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도서관의 문을 열고나서는 어린이도서관의 주인은 어린이이고, 어른과 어린이가 서로의 믿음을 이어가는 것도 어린이도서관의 역할인 것을 생각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의의를 이야기하면서, 어린이 책을 잘 알고 아이들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마을의 어린이도서관은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부모와 아이들이 스스로 책과 공간을 관리하고 가꾸어 가면서 애정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적인 움직임들로 인해 아파트와 주택가와 도시와 농촌들의 다양한 여건에 맞게 어린이도서관문화가 우리 안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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