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이다.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한다고 한다. 토끼는 아주 친숙한 동물이다. 귀엽고 온순하고 호기심 많은 동물이며,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낮잠을 자다가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졌던 자만심 가득한 토끼도 있지만, 자라의 속임수로 용궁에 끌려갔다가 육지에 간을 놓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에서 벗어난 지혜로운 토끼도 있다. 색깔로 보나 동물로 보나 2023년은 지혜로운 해가 될 모양이다.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있다.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가 호주에서 우연히 흑고니를 발견하였다. 백조는 하얀색이라는 그동안의 통념이 깨진 것이다. 미국 금융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파헤친 그의 저서 〈블랙 스완〉에서 국제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널리 사용되었다. 블랙스완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2001년 9?11테러와 같이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일을 일컫는다.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일단 발생하면 경제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녹색 백조(그린스완)도 있다. 블랙스완에서 파생된 용어인데,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경제·금융 위기를 의미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그린스완 :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2021년 존 엘킹턴은 저서 <그린 스완>을 통해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해결책이자 긍정적이며 기하급수적 변화를 가져오는 해결책이라고 새롭게 정의하였다. 자본주의 변화과정과 녹색경제의 발전이 이룩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인류와 지구의 미래가 청정에너지와 탄소 없는 산업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U자 곡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경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낳은 치명적인 부산물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2020년에 410ppm을 초과하였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현재까지 1.09℃ 가량 증가하였다. 빙하가 녹고 해수의 양이 증가하며 물순환체계 등 지구환경시스템이 변하였다.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은 일상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거주불능 지구'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행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기후목표를 상향하기 위한 노력도 가시화되었다. 국제사회는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할 것을 합의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결의하였다. 하지만 아타깝게도 티핑포인트인 1.5℃ 도달시기는 2030년 전후로 앞당겨 예측되었다.

2020년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코로나19는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훼손의 결과이다. 감염병과의 사투 속에서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대하여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갖게 되었다. 국제사회는 글로벌 그린뉴딜 및 탄소중립 정책을 본격화하였고 탈탄소 경제·사회구조로의 대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2020년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대열에 합류하였고, 2021년 국제사회는 신기후체제에 돌입하였다. 녹색전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2022년 팬데믹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도 못한 상황, 국제적으로는 세계 평화에 균열이 생겼고 국내에서는 전면적인 권력 개편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지역사회와 환경단체들의 노력은 분주했다. 충북녹색전환포럼이 발족하여 지방선거 국면을 녹색전환정책의 공론장으로 만들었으며, 쓰레기줄이기 녹색실천네트워크를 통해 실천과 협력의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그리고 이제 2023년 벽두에 서 있다. 극단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희망적 해결국면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블랙스완 국면을 그린스완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시도, 지역으로부터 실험이 절실하다. 그것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범도민적 실천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실천, 민·관·산·학을 망라하는 협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검은 토끼의 지혜를 빌어 녹색 희망의 토끼가 되어 껑충껑충 뛰어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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