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추위·매출감소' 삼중고… 히터도 한기 막기엔 역부족

청주 일 최저기온이 -16도까지 떨어진 25일 청주시 성안길에 위치한 한 구둣방에서 상인이 온열기구에 손을 녹이며 구두를 닦고 있다. /이재규
청주 일 최저기온이 -16도까지 떨어진 25일 청주시 성안길에 위치한 한 구둣방에서 상인이 온열기구에 손을 녹이며 구두를 닦고 있다.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20도에 육박하는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내는 노점 상인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25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닭강정을 파는 A씨는 "추위에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으니 어제 오늘 매출이 평소의 반도 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음식은 만들어놔야 되는데 가스비도 치솟아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노점에서 직접 닭강정을 튀기는 A씨는 "한파 탓에 LP가스 사용량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와 같은 위치에서 장사를 하는 점포 3곳은 오후 1시가 지나서도 점포 문을 열지 않았다.

상당구 북문로1가 청주시청 임시청사 인근에 위치한 구둣방 주인 B씨는 밤새 얼어붙은 연료를 녹이는데 오전시간을 허비했다.

B씨는 "출근을 해보니 2평 남짓한 구둣방이 얼음장이 돼 있었다"며 "구두 닦는데 쓰는 연료가 얼어서 온열기로 1시간 이상 녹였다"고 설명했다. 이 구둣방은 한파가 시작된 전날 2명의 손님만 받았다. 이날의 경우 오후 2시를 넘어서까지 1명의 손님도 찾지 않았다.

구둣방 주변에서 분식을 파는 C씨는 "히터를 아무리 켜놔도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차려놓은 분식도 금세 식어서 가스비만 쓰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 대부분은 식재료와 음료를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는 일을 반복했다. 매서운 한파 탓에 장시간 외부에 둘 경우 얼어붙어 사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날 충북 전 지역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일 최저기온은 제천 -20.2도, 충주 -18.8도, 보은 -18.1도, 영동 추풍령 -17.8도 청주 -16.7도까지 떨어졌다. 특히 영동 추풍령은 53년 전 기록된 역대 최저기온과 같은 값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 원인에 대해 "중국 북부에서 확장하는 대륙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쪽에서 찬 공기가 강하게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틀간 이어진 한파에 한랭질환 사망자도 발생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24일 오전 8시 50분께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80대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7시간 후엔 단양군에서 산행을 하던 30대 남성이 동상에 걸려 치료를 받기도 했다.

키워드

#한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