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처음 우리나라 고독사(孤獨死)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5년간 고독사 발생결과를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그 심각성이 지대하다. 지난 2017년 2,412명, 2018년 3,048명,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으로 갈수록 고독사가 증가했다. 고독사 발생률이 5년 사이 40%가 늘었고, 해마다 사망자 100명 가운데 1명이 고독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5년 평균으로 4배 정도 많다. 연령 별(남성)로는 50~60대가 지난 5년간 45~52%를 차지한다. 20~30대의 고독사도 한 해 200여 명에 달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항(2021년 4월 1일 시행)에 따르면,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나 홀로 죽음'이다.

고독사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신조어다. 1990년대 일본에서 혼자 외롭게 죽어 며칠 지나 이웃 등에 의해 시체가 발견되는 죽음이 증가했다. 방송 등 언론이 이러한 죽음을 2011년부터 한자어 '孤獨死'로 표현했다. 이를 일본어로 발음하면 '고도쿠시(kodokushi)'다. 그 이후 영어권에서도 '나 홀로 죽음'을 일본어 발음 그대로 'kodokushi'라 표현하기도 한다. 쓰나미(Tsunami:津波)나 카로시(karoshi:過勞死)처럼 세계 공통어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18일 미국 CNN은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godoksa'라는 표현을 소개하며 한국 중년 남성들의 고독사 문제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CNN은 "한국에 문제가 있다. 해마다 중년의 고독한 남성 수천 명이 홀로 죽고 있다. 며칠, 몇 주씩 사망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독사 수준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왜 고독사가 일어날까? 어찌 보면 자살하거나 홀로 병사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볼 게 아니다. 1인 가구, 사별, 이혼, 별거, 실직, 신체장애, 고령, 노숙, 노인 빈곤 등에 따른 사회적 단절의 심화를 고독사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사회로부터 단절, 아니 격리는 상대적 박탈감과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무능력감을 느끼게 해 삶의 의욕을 좌절시킨다. 스스로 격리했던,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던 사회적 단절은 고독사로 내몰았다.

고독사의 이면에는 이처럼 사회구조가 웅크리고 있다. 고독사의 범인이 사회구조라는 얘기다. 사회(국가)는 사회 구성요소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일탈자, 낙오자, 무능력자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사회 관심사에서 멀어져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지만, 그 죽음은 근본적으로 '사회적(구조적) 타살'을 당한 셈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승자독식, 권력과 자본의 위력, 신자유주의에 따른 시장경제에 국가의 간섭 최소화, 지나친 개인주의 등이 사회적 타살의 원인일 수 있다.

사회적 타살은 가해자인 사회정체가 모호해 죽음의 책임 소재를 부과하기 어렵다지만, 사회적 타살이 빈번하면 분명 그 사회구조가 병들었다는 신호다. 고독사는 사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사회병리 현상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타살은 엥겔스의 저작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그는 "현재 사회정치적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계급(부르주아지)은 수백만 명의 프롤레타리아트가 요절과 비명횡사하는 처지로 몰고 간다."라며 사회적 타살을 산업 자본주의 출현의 공포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체제적이고 습관적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지난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이 사회보장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고독사 예방과 관리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는 고독사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를 찾아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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