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용인대 대학원 객원교수· 체육학박사

1932년 프라하 소콜운동대회(사진: Bundesarchiv)
1932년 프라하 소콜운동대회(사진: Bundesarchiv)

19세기 말 유럽은 경쟁 스포츠를 개발해 퍼블릭 스쿨을 중심으로 대항전 경기대회가 시작되어 근대 올림픽을 만들었다. 이와는 달리 체코의 체조와 각종 스포츠를 중심으로 소콜 운동(Sokol Slet)이라는 축제를 만들었다. 체코어로 "매"를 의미하는 '소콜(Sokol)'은 1862년 체코의 민족부흥운동 지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체조 및 스포츠 운동의 이름이다. 여기에서 'Slet'이라는 "새 무리"라는 체코어를 사용해 '운동'으로 해석해 'Sokol Slet(소콜 운동)'으로 불린다.

소콜 운동은 범슬라브주의(Pan-Slavism) 정치운동 등 다른 슬라브 운동과 함께 중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 축제이다. 소콜 운동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1882년 첫 대회를 개최를 시작해 6년마다 개최되었지만 굴곡의 역사가 많았다. 현대 소콜 운동은 매 6년마다 개최되는 소콜운동축제에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체조 공연과 기타 스포츠 및 문화 행사를 위해 프라하를 찾는다. 해외에 사는 소콜 회원들은 이 행사를 체코인들의 뿌리와 다시 연결되는 기회로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화가 된 체코에서는 1948년부터 1989년까지 소콜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공산당은 소콜 운동 대신 스파르타키아드(Spartakiad)로 대체해 많은 소콜 운동가들이 이 활동으로 전환되거나 거부한 이들은 추방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해외로 이주한 소콜 회원들이 각 국에 소콜 그룹을 조직해 명백을 유지했다. 특히 미국의 소콜 운동은 현대 프라하 소콜 운동의 부활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2천년에 2만 5천 여명이 참여한 소콜 기념행사가 되었고, 2012년 소콜 운동 150주년 기념행사, 2018년 체코 건국 100주년 기념식에 소콜 회원 1만 3천 여명이 프라하에 모이게 하였다. 오늘날 소콜 운동은 체조운동만이 아니다. 체조 대회를 비롯해 연극, 문화행사, 스포츠활동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청소년들의 인기종목뿐만 아니라, 동양 무예들도 참여하는 종합스포츠문화축제가 되고 있다.

우리도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체코의 소콜 운동을 민족운동에 활용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로부터 독립한 체코는 우리의 3.1운동 시기 대한독립의 모델로 등장했다. 체코 망명 정부의 국제적 승인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승인을 위한 주요 사례로 활용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체코에 대한 인식은 독립국가 수립에 대한 선망으로부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기 민족 독립의 의지를 상호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해 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족주의적 체육 단체들은 전통 스포츠종목 보급 외에도 체육의 대중화에도 힘썼다. 체육의 대중적 보급이 민족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대중체육으로 보급된 것이 보건체조다. 특히 보건체조중에 소콜 운동은 체코의 민족 독립 운동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 수용하여 대중에게 보급하였다. 이 시기 체육의 대중적 보급은 대중 운동의 역량을 강화하였고, 근대 체육의 수용 계층을 확대하여 체육을 사회적으로 보편화시켰다. 체육이 활성화되자 각종 경기 종목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선수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 시기 성장한 대표적인 인물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다.

허건식 용인대 대학원 객원교수· 체육학박사
허건식 용인대 대학원 객원교수· 체육학박사

이 당시만 해도 우리는 사회진화론의 입장에서 체육교육이 이루어져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스포츠계의 현실은 해방 이후 목숨을 건 승자독식, 승리지상주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콜 운동에서 잠시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소콜 운동은 체코인들에게는 국민들을 위한 체육교육이면서 지역공동체, 그리고 체코의 건국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우리에게도 일제강점기 소콜 운동은 민족체력 증진이었고 건강이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소콜 운동이 다시 스포츠와 운동문화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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