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정신과 육체는 인간의 근본 요소다. 이른바 '혼백(魂魄:넋)'이다. '혼'은 인지,사유,판단이나 그 작용의 근간이자 주체인 정신이다. '백'은 '혼'이 표상(representation)하거나 작용하는 살과 뼈 등 육체다. 정신[혼]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고, 육체[백]는 땅으로부터 왔다. '혼'은 탯줄이 끊어질 때 아이 몸으로 들어오고, '백'은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생긴다고 한다.

사후 '혼'은 육체에서 이탈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백'은 뼛속으로 들어가 달빛을 받고 사체와 함께 땅으로 내려간다. 죽은 자와 그 후손의 인연이 사망 시점을 경계로 끝나는 것일까? '혼'은 하늘로 올라가 그 영향이 없지만, '백'은 땅속에서 100여 년 동안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산소가 명당(明堂)이면, 제사를 정성껏 지내면 그 후손들이 번창하는 등 좋은 영향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액운을 만난다고 한다. 명당을 찾아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고조까지 지내는 '4대 봉사(奉祀)'의 이유다. 4대 봉사는 '백'의 유지가 100여 년에 그쳐 1세대를 25년 잡으면 '백'의 소멸 시점이 고조부(4대) 이후라는 점에서다.

이는 허사(虛事)다. 매장 대신 화장으로 명당 의미가 축소된 데다 화장으로 '백'도 소실(燒失)되기 때문이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제사 지낼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이미 일부 종교에서는 제사를 모시지 않은 지 오래됐다. 편의상 모든 제사를 한꺼번에 그것도 원칙에 어긋나게 모시는(밤 11시~1시:子時와 陳設) 가정도 많다. 이제 제사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판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이달 초 '제례 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자료에서 "주자학이 득세할 조선 시대 양반집에서 4대 봉사가 행해졌다. 갑오경장 이후 신분 계급이 철폐되면서 평민들이 양반이었음을 가장하기 위해 4대 봉사를 행했다. 4대 봉사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2대 봉사로 축소됐으나 광복 이후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4대 봉사는 어떤 명분이나 역사적 근거도 없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혔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혼'은 발인(發靷)하면 사라지고, '백'도 화장으로 소멸하니 제사를 지내도 후손에게 영향을 미칠 '혼백'이 없다. 조상 숭배에도 보답할 주최가 없다. 핵가족화, 출산율 저하, 결혼 기피 등으로 가족애나 친목 화합의 제사 기능도 사라졌다. 기억하는 부모, 조부모 정도만 그들 기일(忌日)에 추념(追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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