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서울 지하철 운행 무임승차 논란이 뜨겁다.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가 초점이다. 1984년 이 제도가 도입될 때, 4%에 불과하던 노인층이 이제 18%에 이르면서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연령 상향보다 기재부의 세수 지원을 더 바라는 것 같지만 법령상의 문제로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한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도 무임승차를 고려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2050년경으로 예상되는 연금 고갈에 대비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 요금이나 연금 문제가 유권자들에게 민감한 사항이기에 선거가 없는 올해가 골든타임이고, 정부나 지자체가 때맞추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하철이나 연금문제의 배경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UN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곧 100세 시대를 선포한 이래, 인간의 평균 수명은 120세까지 바라보는 시점에 와있다. 첨단과학과 의학 발전이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고,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질병 없이 활력 있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 역시 늘고 있다. 의학계 분석에 따르면 20여년 정도로 건강수명이 연장되었다고 한다. 80대 노인이 60대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이 20년 이상 연장되고 있는 오늘날 노인연령을 65세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현재의 노인연령 구분은 1889년 독일 비스마르크 정부가 노인연금 지급기준을 65세에 맞춘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평균수명이 49세에 불과했기에 국가운영상 타당한 기준이었지만,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오늘날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80세를 기준으로 했던 생애주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20대 후반에 일자리를 시작해 30년 정도 일한 후, 남은 20여년 편안한 노후를 설계하는 생애주기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게 되었다. 은퇴 후 40여년의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초저출산에 고심하는 한국사회에서 이 패턴을 유지할 경우, 생산가능 인구 격감으로 청년 한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 저하는 물론 연금고갈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피터 래슬릿(P.laslett)을 비롯한 사회학자들은 생애주기 변화와 함께 '서드 에이지'(The third age)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100세 수명시대, 유년기와 성인기를 지나 80대 노년기 사이에 새로운 세대(3연령기), 곧 60,70세의 장년세대가 노동현장에 등장하고 있음을 말한다. 한국보다 먼저 장수국가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65세 은퇴라는 도식은 사라지고 있다. 오랜 경험이 요구되는 일자리에 70대 전후의 세대들이 도전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이 기피하는 안전 관리 분야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안락한 여가를 꿈꾸던 서구의 보편인식도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는 생애주기 변화에 상응하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일자리는 물론 사회시스템, 의료복지, 평생교육 등에 관련된 준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초유의 저출산과 노인빈곤률 최고라는 변수가 존재하기에 정교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선거가 없는 2023년이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고, 초당적 대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책 없는 장수시대(長壽時代)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사실!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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