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와 대전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대청댐은 1980년 12월 준공된 다목적 댐이다. 총 유역면적은 3,204㎢이며 총 저수량은 국내 3위이다. 350만명에게 하루 270만톤 가량의 물을 공급한다. 대청호의 수질은 BOD 기준으로 1.0ppm을 달성하고 있으며 팔당호보다 양호한 편이다. 이를 위해 유지되어 온 것이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양질의 수자원을 확보하고 공급하기 위해 해당 지역 개발과 주민들의 행위를 제약하게 되는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

대청호의 상수원보호구역은 179㎢으로 전국의 호수 중 최다 면적이다. 1980년 최초 지정 시 15㎢ 규모로 검토되었던 면적이 갑자기 150㎢로 확대 지정되었다. 아마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청남대 건립 지시와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1년 추가 지정으로 현재의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한 연구보고서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지정 이후 지역의 피해 규모가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청남대는 1983년에 조성되었다. 경호 목적에 따라 청남대 구간의 도선운항도 폐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 기능을 폐지하고 관리권을 지역으로 이양하였다. 2003년 3월 청남대는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충청북도는 관리사무소를 설치하고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지역으로 돌아온 청남대는 계륵과 같았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8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였다. 

1990년대 충청권의 환경운동이 본격화되었다. 2001년 민관이 합심하며 금강수계물관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였다. 2002년 실천협력거버넌스인 대청호보전운동본부를 발족하였다. 2007년 민간단체 연대기구인 금강유역환경회의를 창립하였다. 환경단체들은 소통과 협력을 확대하며 금강 유역과 대청호의 물환경을 지켜왔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지키기 위하여 때론 지역주민과 충돌하기도 했으며 환경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기도 하였다. 

정부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을 조성하고, 수질 보전을 위해 규제지역을 지정하였다. 주변지역은 생활 불편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댐주변지역이나 상류지역 주민지원사업은 결코 손실을 감수할 만큼의 타당한 수준의 보상이라 할 수 없다. 전형적인 '환경 부정의'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 부정의 사태를 묵인해 왔다. 오히려 규제 완화에 단호히 맞섰고 개발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개발에 혈안이었던 과거의 열악한 지역사회 여건 속에서 환경보전제도가 도미노처럼 무너져버리는 일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청남대 활용과 대청호 보전을 둘러싼 논란과 협의가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남대 방문을 계기로 쏟아져나온 많은 이야기들, 기대와 우려들 때문이다. 김영환 도지사는 SNS를 통해 청남대 활성화와 문의지역 발전을 위한 결정적인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혔다. 언론사들은 마치 청남대의 규제 빗장이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도를 하였다. 환경단체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수위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전하며 활용방안을 찾자는 것인지, 환경규제를 해제하여 개발방안을 찾자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규제를 조정하자는 것인지,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함으로써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것인지 모호하다. 

김영환 도지사와 충북도청 관계자들과 여러차례 통화와 미팅을 하며 충청북도의 입장을 확인해 보았다. 첫째, 충청북도는 청남대 활성화와 대청호 활용방안을 찾자는 것이지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둘째, 청남대와 대청호에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활용방안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셋째, 청남대와 대청호에 관한 모든 문제는 기획과 구상 단계부터 환경단체와 협의를 거쳐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는 것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그렇다면, 대화를 못할 것도 없다. 말 나온 김에 청남대 활용과 대청호 보전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공론장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와 충청북도가 머리를 맞대고 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의 원칙과 방향에 관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녹색전환과 그린뉴딜의 상징적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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